‘윤 어게인’ 전광훈을 바라보는 국민의힘의 복잡미묘한 시선

2025-05-03

“윤 어게인” 전 목사의 비상계엄 소환에 국민의힘 지속적 부담

지지층 결집과 중도층 지지에 역풍…국힘 “과감하게 결별해야”

[주간경향] 지난 4월 26일 토요일 오후 “스톱 더 스틸, 윤 어게인”이라는 구호가 확성기를 타고 울려퍼졌다. 귀청을 찢는 시위대의 등장에 시민들의 이목이 일순간 집중됐다. 연단이 마련된 봉고 트럭에 올라탄 한쌍의 남녀는 목이 터져라 “사전투표 폐지, 윤 어게인”을 외쳤다. 트럭 뒤에는 ‘자유수호’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인 승용차가 뒤따랐고, 태극기를 흔들며 찬송가를 부르는 교인들이 따라 걷고 있었다.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도로를 천천히 행진한 이들의 가두시위는 이날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태극기 집회’로 대표되는,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세종시 가두행진이었다.

지역 축제를 즐기러 많은 사람이 거리에 나와 있던 참이었다. 일부 시민들은 “주택가에서 이래도 되냐”며 호위하는 경찰에 항의했고, 아이들은 귀를 막았다. 시위대가 멀어지고 나자 “뭐야 윤석열이네” 같은 짜증 섞인 투덜거림이 들려왔다.

■“윤 복귀” “부정선거” 비상계엄의 기억 소환

‘태극기 집회’의 청구서가 날아든 것일까. 탄핵 국면에서 국민의힘 극우 지지층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전광훈 제일사랑교회 목사의 ‘태극기 세력’이 이제 도리어 국민의힘을 위협하고 있다. 전략과 비전으로 주목받아야 할 대선 경선 토론은 ‘태극기 집회’나 ‘전광훈 목사’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관심이 집중되고, 전 목사는 “국민의힘 후보 8명을 모두 떨어뜨리겠다”거나 “윤석열 전 대통령을 다시 모셔오겠다”는 등의 폭탄 발언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둔 국민의힘으로서는 ‘계엄’과 ‘탄핵’, ‘윤석열’을 깨끗이 지워도 모자랄 판인데, 전 목사는 계속 과거를 소환해 상기시키고 있다.

4월 24일 오전 여의도 자유통일당 당사에서는 전 목사의 대선 출마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전 목사는 이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도 우리가 만들었고, 박근혜 대통령도 우리가 만들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사실 광화문에서 만들었다. 그런데 다 탄핵하고 감옥 보냈다”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폐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해체 후 재구성, 헌법재판소 폐지 및 기능 대법원 이전 등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면서 “불법투표 선관위를 완전히 해체하고 재구성하지 않으면 보나 마나 이재명이 당선된다”거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을 적극 지지한다. 국민이 어리석었는데, 계엄으로 60%는 깨어났다” 등의 황당한 발언들도 쏟아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극우 유튜브 <신의한수> 운영자인 신혜식 평론가를 비롯해 다수의 보수·극우 성향 유튜버들도 참석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는 했지만 전 목사가 실제로 대선에 후보로 뛰어들 가능성은 없다. 전 목사는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가 2017년 대선 당시 장성민 국민대통합당 후보를 지지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공직선거법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법 위반으로 형이 확정된 사람은 10년간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이 때문에 전 목사는 2028년 8월까지 대선을 비롯해 총선과 지방선거 등에 투표할 수 없고 출마도 할 수 없다.

국민의힘 경선 캠프의 한 관계자는 “(출마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윤 어게인’ 같은 것도 현실성이 전혀 없는 이야기고, 요란하긴 하지만 실제 영향력이 크다고 보고 있지는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다만 “탄핵당한 대통령이 자꾸 언급되는 게 유권자들에게 좋은 일은 아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실제로 전 목사의 ‘입’은 국민의힘에 지속적으로 부담을 주고 있다. 전 목사의 대선 출마 기자회견이 있던 지난 4월 24일은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들의 주도권 TV토론이 예정된 날이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경선 흥행을 위해 TV토론의 주목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했지만, 이날 전 목사의 출마 선언으로 정치적 부담만 키우게 됐다.

전 목사는 대선 출마 기자회견 이틀 뒤인 26일에는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광화문 국민대회’에서 “2년 안에 북한은 스스로 무너지게 돼 있다. 2년 안에 자유통일 이뤄진다”며 “그때는 윤석열 대통령을 자유통일 대통령으로 다시 복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화문에 모인 1만여명(경찰 비공식 추산)의 참석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탄핵 무효”, “윤 어게인” 등의 구호를 외치며 호응했다. 다음날인 27일에도 전 목사는 ‘전국 주일 연합예배’에서 “윤석열은 박정희·이승만 다음 최고의 대통령이다. 한 번만 우리 예배에 참여하면 ‘통일 대통령’으로 만들어 드리겠다”며 파면당한 윤 전 대통령을 또다시 호출했다.

■다시 ‘탄핵의 강’에 갇힌 국힘

비상계엄 직후 윤 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급전직하했다. 비상계엄 전후(12월 3~5일)에 실시된 한국갤럽의 정기조사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율 격차도 10%포인트까지 벌어지며 윤 정부 출범 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체포 시도나 검찰의 내란 수사 조서 공개 등 정치·사회 이벤트에 따라 보수와 진보의 지지율은 흔들렸다. 한국갤럽이 지난 1월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16.3%.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 정당지지율은 39%로 36%인 더불어민주당을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을 중도층이라고 밝힌 응답자들만 놓고 보면 비상계엄과 탄핵 이후 국민의힘이 지지율에서 우세를 점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탄핵 후 실시될 조기 대선에서 어느 진영의 승리를 기대하느냐는 질문에서도 중도층은 꾸준히 민주당의 손을 들고 있다. 1월 셋째 주 ‘정권 유지’ 31%, ‘정권 교체’ 56%를 시작으로 2월 둘째 주 27% 대 60%, 2월 셋째 주 27%대 62%, 3월 둘째 주 30% 대 57% 등 30%포인트 안팎의 격차가 유지됐다.

헌재의 파면 선고 이후 진보는 물론, 중도와 보수성향 유권자들조차 파면 결정을 받아들인다는 응답이 크게 높아졌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4월 4~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내놓은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9.5%.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보수층에서 헌재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응답은 66%로 ‘불수용’(33%)의 두 배를 기록했다. 중도층의 수용 응답은 85%였다. 바꿔 말하면 ‘윤 어게인’이 울려퍼지는 순간, 중도층의 85%는 등을 돌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얘기다.

20대 대선을 이틀 앞둔 2022년 3월 7일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는 44% 대 43%로 초박빙을 보였다. 하지만 중도층에서는 윤 후보가 47%, 이 후보가 41%를 얻어 6%포인트의 적지 않은 격차를 보였다. 이 격차는 이틀 뒤 0.7%포인트라는 차이를 만들어냈다.

탄핵이라는 원죄를 안고 치르는 대선인 만큼 국민의힘으로서는 그렇지 않아도 열세인 상황을 뒤집을 드라마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리고 이는 지지층의 결집과 중도층의 지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가능한 이야기다. 하지만 전광훈 목사를 비롯한 이른바 태극기 세력이 지속적으로 비상계엄의 악몽을 소환하는 한 달성이 불가능한 목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어게인’ 같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중도층이 실제로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염려가 왜 없겠느냐”면서 “그래서 당내에서 이런 분, 이런 단체와 가까이 지내는 분들이 점점 더 적어져야 하고 또 적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한 뒤 “전 목사가 윤 전 대통령을 자유의 수호자로 생각해서 저러는게 아니라 돈이나 세력 같은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전 목사의 메시지는 국민의힘 지지층의 통합도 저해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그렇지 않아도 첫 번째 ‘탄핵의 강’을 온전히 건너는데 오랜 세월과 당력을 소모한 경험이 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등은 앞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시행된 2017년 19대 대선부터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내리 3번 연거푸 패배했다. 이 패배에는 중도층의 외면은 물론 ‘부역자’와 ‘배신자’로 갈라선 당내 갈등도 결정적이었다. 이후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직접적인 공과가 없는 외부인사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당에 영입하면서 2022년 대선에서 승리, 어설프게나마 ‘탄핵의 강’을 건넜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더 나쁘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최종 경선에 맞붙은 김문수 후보와 한동훈 후보는 각각 탄핵 반대와 탄핵 찬성을 대표하는 인사들이다. 최종 후보가 선출돼도 대선 출마에 나서는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계엄과 탄핵에 대한 입장이 갈리면서 ‘용광로 선대위’ 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전광훈 목사는 경선 후보 일부를 콕 집어 배신자라고 낙인찍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층 일부가 본선에서 자당 후보에게 표를 던지지 않는 경우의 수를 배제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실제로 본선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극우라고 부를 수도 없는 이런 집단과는 과감하게 결별하고 잘라내야 한다”면서 “수권정당이 되려면 설사 선거에서 지더라도 고름을 짜내고 새살이 돋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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