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버터] 선량한 집착

2025-09-03

편집장 칼럼

빌 게이츠가 ‘유퀴즈’에 출연했다. MC 유재석과 조세호 사이에 앉아 인생과 기부에 대해 이야기했다. 70년 인생을 살며 그가 얻은 교훈은 모르는 게 있을 때 아는 척 넘어가지 않는 것. 호기심을 갖고 끝까지 파고 들어가는 것을 꼽았다. 행복에 대해 물었을 때도 비슷한 말을 했다.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을 때 풀고 또 풀어서 마침내 솔루션을 찾아내는 게 행복하다고 했다. 끝장을 볼 때까지 밀어붙이는 끈질김과 집요함이 그를 부자로 만든 것이다.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 CEO에서 물러난 후 25년간 자선사업에 매달려왔다. 전 부인 멜린다 게이츠와 함께 재단을 설립해 보건의료, 빈곤퇴치, 교육, 기후변화 등에 헌신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할 때도 그는 비즈니스를 할 때처럼 파고드는 스타일을 고수했다. 데이터 분석, 성과 측정, 과학적 접근을 재단의 운영 원칙으로 삼았다.

20년간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소아마비’를 사실상 종식 단계에 이르게 한 것은 그의 대표적인 업적이다. 1988년 35만명이던 소아마비 환자는 2023년 수십명 수준으로 줄었다. 하나의 문제를 완전히 뿌리 뽑는다는 목표로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는 그의 ‘빅벳(Big Bet)’은 후배 기부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퀴즈에서 빌 게이츠는 “부자로 죽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월 소셜미디어에 ‘나의 새로운 데드라인’이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2045년까지 전 재산의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개인 재산과 기존 재단의 자산까지 포함 향후 20년간 약 2000억 달러(280조원)를 더 기부한다는 계획이다. 그 일을 다 마무리한 뒤 2045년 12월 31일자로 게이츠재단은 문을 닫는다.

끝내 포기를 모르는 선량한 집착들이 세상을 바꾼다. 빌 게이츠의 다음 목표는 말라리아 종식. 언젠가 후대 사람들이 말라리아라는 단어를 보고 ‘말라리아? 그게 뭐야?’하고 묻는 게 그의 꿈이다. 그가 미처 끝내지 못한다면 다음 세대가 이어 완성할 것이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