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코레아 우라(만세)”…일본군에 비눗방울 쏘며 봉오동전투 재현[영상]

2025-08-15

제80주년 광복절인 15일 오전 10시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 태극기를 상징하는 파란색·붉은색 우비를 입은 대성여고·경신여고 학생들과 주민 등 300여명이 손에 태극기를 들고 가두 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행진 도중 일본군복을 입은 학생들이 나타나자 “대한독립 만세!”, “코레아 우라(만세)” 등을 외치며 비눗방울을 쏘기 시작했다.

일본군들은 시민들을 향해 물총을 쏘며 행진을 저지하려 했지만 만세 행렬은 더욱 거세졌다. 시민들은 “돌격하라”, “물러서지 마라” 등을 외치며 일본군을 몰아낸 뒤 만세 삼창을 하며 행진을 마무리했다.

광복절을 맞아 광주 고려인마을에서 봉오동전투를 재현한 기념행사가 열렸다. 봉오동전투는 1920년 6월 홍범도 장군이 이끄는 독립군 연합부대 1300여명이 중국 지린성(吉林省) 봉오동 골짜기에서 일본군 정규군 500여명과 싸워 격퇴한 전투다.

㈔고려인마을은 이날 광주 고려인마을 일대에서 ‘2025 역사를 이어가는 고려인마을’이란 주제로 보훈문화제를 열었다. 고려인들과 시민들은 이날 체감온도가 32도에 이르는 무더운 날씨에도 연신 “만세”를 부르며 거리극에 참여했다. 올해 거리극은 최근 큰 수해가 발생한 점을 고려해 과거 물총싸움 형식을 비눗방울로 바꿔 봉오동전투를 재현했다.

이날 광복절 행사는 3년 전 홍범도 장군 흉상이 세워진 다모아어린이공원을 중심으로 열렸다. 행사 참가자들은 가두행진에 이어 공원에 설치된 박 터트리기에 참여했다. 시민들이 오자미(콩주머니)를 던져 박을 터트리자 2개의 박에서 ‘대한 독립 만세’, ‘불멸의 영웅 홍범도’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펼쳐졌다.

고려인들은 거리극을 마친 뒤 다모아어린이공원에 모여 광복절 기념 음악회와 체험 행사에 참여했다. 음악회는 고려인마을 어린이 합창단과 청소년 오케스트라, 아리랑 가무단 등이 참여한 가운데 치러졌다. 독립운동가와 인생네컷, 홍범도 장군 무드등 만들기 등 체험행사도 열렸다.

신조야(69) 광주고려인마을 대표는 “고려인들이 2021년부터 진행해온 광복절 행사가 지난해부터는 광산구청 등과 함께할 수 있어 의미가 더욱 깊다”며 “고려인마을에 사는 고려인들 모두 대한민국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고려인마을은 국내 대표적인 고려인 집단 거주지 중 한 곳이다. 한국에 있는 고려인 6만여명 중 7000여명이 광산구 월곡·산정·우산동 일대에서 살아간다. 경기도 안산(2만여명)에 이어 국내 두 번째로 고려인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광주 고려인마을에는 종합지원센터와 지역아동센터, 어린이집, 청소년 문화센터 등이 고려인들의 한국 생활을 돕고 있다. 국가보훈부는 지난해 5월 고려인마을에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을 현충시설로 지정하기도 했다.

고려인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러시아 연해주 일대에서 이주한 한인들이다. 1937년 스탈린 시절에는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하면서 궁핍한 삶을 살기도 했다.

고려인은 2000년대 이후 조부나 증조부 고향인 한국에 들어와 정착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피해 이주해온 동포들도 늘어나고 있다.

광주광역시=최경호·황희규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