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라우드펀딩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지난해 업계 1위 기업이 사업을 접은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연이어 폐업 절차가 이어지고 있다. 제도 도입 10년도 지나지 않아 이렇다 할 제도 개선 없이 시장 자체가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업체 엑스퀘어와 한국크라우드투자는 지난달 금융감독원에 폐지 계획서를 제출하고 폐업 절차에 들어갔다. 엑스퀘어와 한국크라우드투자가 폐업하면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을 유지하는 업체는 9개사 밖에 남지 않게 된다. 엑스퀘어와 한국크라우드투자는 각각 2019년, 2021년부터 서비스를 해왔다.
9개사 가운데서도 펀딩포유, 오마이컴퍼니, 크라우디, 펀더풀 4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플랫폼에서는 올해 들어 진행된 펀딩이 단 한 건도 없다. 중기특화 증권사인 IBK투자증권은 지난해 10월, 유진투자증권은 2018년 이후 펀딩을 열지 않고 있다.
그나마 남은 크라우드펀딩 업체도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다. 올해 들어 진행된 50건의 펀딩 가운데 성공한 펀딩은 40건 정도다. 올해 크라우드펀딩의 총 발행 금액은 30억원, 청약자 수는 1119명에 불과했다. 제도 도입 첫 해인 2016년의 연간 발행 실적 174억원에 비해서도 처참한 성적표다.
개인투자조합 등 여타 소액 자금조달 수단 대비 과도한 규제와 정책 당국의 무관심이 크라우드펀딩 시장 축소 주된 이유로 꼽힌다. 이미 액셀러레이터 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조합을 통한 소액자금 조달이 활성화된 상황에서 중개업자에게 부과되는 각종 공시 부담은 발행 기업에게도 족쇄가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조달이 필요한 비상장 유망 기업은 굳이 각종 서류를 다수 투자자에 공개하면서까지 주식을 팔 이유가 없다”면서 “이미 규제 차익이 큰 상황에서 정작 금융위는 제도 개편에는 손을 놓은 지 오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금융위는 지난 2020년 이후 크라우드펀딩과 관련한 제도 개선안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주도로 추진되는 소상공인 크라우드펀딩만 봐도 금융당국의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무관심은 여실히 드러난다. 중기부는 자금조달이 시급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지역 주민으로부터 소액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크라우드펀딩에 필요한 컨설팅 비용과 수수료를 지원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 진행된 50건의 크라우드펀딩 가운데 절반 가까운 20건 가량이 오마이컴퍼니가 중개하는 소상공인 대상 펀딩일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조각투자 등 대체투자 수단이 다각화된 상황에서 지금처럼 발행 한도 제한과 각종 규제가 큰 상황에서는 제도가 활성화되기 어렵다”면서 “창업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까지도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제도 개편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