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두 나라 지속적 파트너십” 환영사
트럼프 모친 탄생년도 1212년 맞춤 코냑까지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17일(현지시간) 저녁 윈저성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위해 성대한 국빈 만찬을 열었다.
찰스 3세는 윈저성 세인트 조지 홀에서 열린 만찬 환영사를 통해 “이 특별하고 중요한 일은 우리 두 위대한 나라 간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독재가 유럽을 위협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 두 나라는 중대한 외교적 노력에 협력하고 있으며, 특히 대통령님은 세계의 가장 다루기 어려운 몇몇 분쟁의 해법을 찾는 데 개인적인 헌신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찰스 3세는 두 나라가 지난 5월 통상 합의에 도달한 점을 언급하며 ‘양국 협력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앞으로 더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설에서는 유머도 곁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코틀랜드에 여러 골프장을 소유한 사실을 두고 ‘영국 땅이 멋진 골프장을 짓기에 충분히 좋은 곳이라는 걸 이해한다’고 농담을 건넸다. 또 미혼의 왕세자 시절이던 1970년대 미국 방문 당시 대중매체가 자신과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딸을 엮으려 했던 일을 떠올리며 ‘만약 그 시도가 성공했더라면 내가 닉슨가로 장가를 갔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영국에서 두 차례 국빈 초청을 받았으며 이번 만찬은 두 번째 국빈 만찬이다. 앞서 2019년 6월에는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버킹엄궁에서 그를 위한 만찬을 주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번 국빈 방문이 “진정으로 내 인생 최고의 영예 중 하나”라며 “국왕과 영국에 수십 년간 큰 존경심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 정상으로서 두 차례 영국 국빈 방문은 최초인데, 본인의 사례가 마지막이 되기를 바란다고도 농담했다.
그는 찰스 3세에게 “아주, 아주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했고 지난해 암 진단을 받았던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을 향해서는 “빛나고 건강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영 간 ‘특별한 관계’를 언급하면서 “우리는 하나의 화음 속 두음과 같이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함께 연주돼야 한다”며 “양국 간 관계와 정체성의 유대는 소중하며 영원하다”고 강조했다.

만찬은 화려하고 격식 있게 진행됐다. 찰스 3세와 트럼프 대통령은 연미복 차림이었고, 커밀라 왕비는 파란 드레스를, 멜라니아 여사는 노란 드레스를 착용했다. 윌리엄 왕세자 부부와 트럼프 대통령의 딸 티파니 트럼프도 참석했다. 47.3m 길이의 대형 테이블에는 139개의 촛불과 꽃장식이 놓였으며 식기류 1452점이 올랐다. 직원 100여 명이 손님 160명에게 음식을 제공했다.
햄프셔 지방 물냉이로 만든 판나코타, 노퍽 지방 닭고기 요리, 영국 자두를 곁들인 아이스크림이 테이블에 올랐다. 주류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코틀랜드 출신 어머니가 탄생한 해인 1912년 헤네시 코냑 그랑드 샹파뉴 등이 준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