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빈 살만’이라는 표현에 관해

2025-07-20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 총리직도 맡고 있는 그는 사우디의 실질적인 최고 권력자다. 우리 언론에도 거의 매일같이 그의 이름이 등장한다. 이름 전체를 밝히지 않을 때는 주로 ‘빈 살만’으로 통한다. 영어권의 이름에서처럼 성씨인 줄 알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다. ‘빈 살만’에서 ‘살만’은 그의 아버지 이름이고, ‘빈’은 ‘아들’이라는 뜻이다. 아랍권에는 대부분 성씨가 없다.

최근 국립국어원이 사우디 왕세자 이름의 한글 표기를 확정했다. 그동안 언론에서 많이 표기해 오던 ‘무함마드 빈 살만(Muḥammad bin Salmān)’이 표준 표기가 됐다. 풀이하면 ‘살만의 아들 무함마드’다. 따지고 보면 ‘빈 살만’을 성씨나 성에 준하는 이름으로 적는 건 어색한 일이다. 현재 사우디 국왕인 무함마드의 아버지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압둘아지즈의 아들 살만’이란 뜻을 가진 이름이다. 그는 ‘빈 압둘아지즈’가 아니라 본인의 이름인 ‘살만’으로 불린다.

무함마드가 주로 ‘빈 살만’으로 불리게 된 데는 무함마드 직전 왕세자 이름과 관련이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앞의 왕세자는 무함마드 빈 나예프. 이름이 같다. 언론은 무함마드 빈 나예프를 줄곧 ‘무함마드’라고 지칭했다. 그런데 새로운 왕세자도 ‘무함마드’였다. 혼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 ‘빈 살만 왕세자’라고 표현하는 언론 매체가 많아졌다. 그러는 사이 ‘빈 살만’을 성씨로 아는 사람도 늘어났다.

부자의 대명사 만수르. 그의 전체 이름은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하얀이다. 아랍에미리트 부총리인 그를 가리킬 때도 ‘빈 자이드’라고 하지 않고 ‘만수르’라고 부르지 않는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