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건설사 CEO 인사, 칼바람 대신 '유임 기조'...위기 속 안정 무게

2025-11-01

올해 건설업계 인사 키워드는 '안정'

대형사 대부분 기존 체제 유지 전망

SK에코플랜트·한화 건설부 수장 교체 내정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연말 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국내 주요 건설사 최고경영자(CEO)의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올해는 대폭 교체보다는 안정과 연속성이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건설업계 전반에 리스크 관리 기조가 확산된 영향이다. 특히 지난해 대거 대표 교체를 단행했던 주요 건설사들이 새 리더의 조기 안착에 집중하며 조직 안정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 취임 1년차 리더십, 교체보다 내실 다지기 초점

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는 파격적인 리더 교체 대신 내실 다지기형 유임 기조가 더욱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최근 대표이사가 바뀐 주요 대형사들의 상황에서 잘 드러난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8월 중대재해 반복으로 정희민 전 사장이 사임하면서 송치영 포스코홀딩스 그룹안전특별진단TF 팀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안전 최우선 경영' 실현을 위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로, 연말 인사에서는 교체 대신 현 체제 정비 및 안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지난해 말 대표이사 교체를 단행했기 때문에 올 연말 다시 리더를 바꿀 가능성은 낮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1월 말 임원인사에서 1970년생 젊은 리더이자 30년 '건축통'인 이한우 대표를 선임했다. 공식 취임이 올해 1월이었음을 고려하면 아직 사장 취임 11개월 차인 셈이다. 다만 분위기 쇄신을 위해 임원인사 폭이 클 것이란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해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사업장에서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발생, 지난해 4분기 한 번에 손실 처리하는 '빅배스'를 단행하면서 연결 기준 1조2209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바 있다. 이 사장 취임 이후 올 1~9월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한 5342억원의 누적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견조한 성적을 냈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이라 안정 유지에 방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현대건설과 함께 대표이사 교체를 단행했던 현대엔지니어링은 기아차 재경본부장과 부사장을 역임했던 주우정 사장이 이끌고 있다. 주 사장은 취임 직후 서울세종고속도로 세종~포천 구간에서 시공하던 청룡천교가 붕괴하며 10명의 사상자를 냈던 중대재해를 직면했다. 이 여파는 최근 마무리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까지 이어져 주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실적 하락 방어에는 성공했다.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6조77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7%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143억원으로 집계되며 반등했다. 부채비율도 지난해 상반기 241.35%에서 올해 상반기 210.48%로 하향 조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사고 이후 안전관리 비용을 늘리고 매주 점검에 나서는 등 적절한 대처를 통해 위기관리에 나섰다는 점에서 리더십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무엇보다 교체가 필요했다면 사고 직후 논란이 커졌을 때 행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는 건 어느 정도 내부 신뢰를 얻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 대형사 대부분 "현 체제 유지"…연임 확정·임기 중 대표 많아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와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난해 연임을 확정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 대표는 그룹 내 암암리에 존재하던 '만 60세 룰'을 깨고 2027년 3월까지 임기를 연장하는 데에 성공했다. 2021년부터 건설부문을 이끌어 오며 국내외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냈고, 특히 올해에는 '래미안' 프리미엄을 앞세워 서울 굴지의 정비사업지 시공사로 선정되는 성과를 냈다.

정부가 건설현장 안전사고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시점에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점에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분석이다. 지난 29일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은 판교 신축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 1명이 굴착기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났다. 오 대표는 사과문을 통해 "사고 현장과 전국 모든 건설 현장의 작업을 중지하고 특별 안전교육 실시 및 긴급 안전 점검에 돌입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12월 인사에서 박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재선임하기로 했다. 2023년 말 취임 이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유동성 위기 대응을 주도하며 재무 안정화라는 성과를 도출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불확실한 시장 속에서 보수적 재무 전략과 품질 중심 경영이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도 대표 임기가 아직 남아 있어 대대적인 교체 확률은 낮다. 1985년 삼호(현 DL건설 전신) 입사 후 주택사업만 30년 이상 담당해 온 박상신 DL이앤씨 대표는 지난해 8월 선임됐다.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ACRO)가 강남권 고급 주거 단지 상징으로 자리잡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에만 두 번의 대표이사 교체를 단행한 후 조직 안정화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GS건설과 대우건설은 오너 일가가 대표직을 맡고 있는 만큼 더욱 교체 가능성이 작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는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사위로, 2021년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단장을 맡기 시작하며 회사 경영 참여를 알렸다. 허윤홍 GS건설 대표는 지난해 3월 대표로 공식 선임됐다.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2005년 입사해 GS건설에서 플랜트 관련 부서를 거쳐 신사업 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 SK에코·한화 건설부문 새 리더 안착 준비…삼성E&A 변수 되나

최근 수장 변화가 확정된 주요 건설사는 두 곳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30일 신임 사장으로 김영식 SK하이닉스 양산총괄을 내정했다. 1967년생인 김 사장 내정자는 SK하이닉스에서 HBM(고대역폭 메모리) 대량 양산 체계 구축 등 성과를 이끌었다. 건설·환경 중심에서 반도체·제조 역량 강화로 방향을 전환하는 한편, IPO 추진을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도 풀이된다.

한화그룹은 한화 건설부문 대표이사를 포함해 계열사 3개사의 최고경영자를 교체했다. 한화 건설부문 신임 대표이사로는 재무 전문가인 김우석 한화그룹 한화전략부문 재무실장을 내정했다. 2022년 9월부터 한화 건설부문을 이끈 김승모 현 대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방산전략담당으로 옮긴다. 한화그룹 측은 "이번 인사를 통해 전문성과 경험, 글로벌 사업 역량이 검증된 경영진을 배치해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현재 대형 건설사 중 임기 만료가 임박한 대표이사는 삼성E&A의 남궁홍 사장이 거의 유일하다. 마케팅그룹장, 플랜트사업 본부장 등을 거쳐 2023년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된 그의 임기는 2026년 1월까지다. 사장 재직 중 사명 변경과 체질개선 등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올해 실적이 악화된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 3분기 매출액이 2021년 4분기 이후 약 3년 만에 2조원 아래로 떨어졌고, 영업이익 또한 전년 동기 대비 13.4% 줄어든 1765억원을 기록했다. 신규 수주도 부진한 상황이다. 누적 기준 4조898억원으로, 아직 연간 목표치(11조5000억원)의 36%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임기가 임박한 사장일수록 실적부진이 겹치면 교체를 고려하곤 한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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