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AI 쩐의 전쟁 ①편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2. 오픈 AI의 스타게이트
오픈AI와 오라클(ORCL), 소프트뱅크가 도원결의로 뭉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도 그 규모 만큼이나 자금조달 기법이 간단치 않다.
이 사업은 이미 진행중이다. 개발업체이자 임대회사인 밴티지 데이터 센터(Vantage Data Centers)가 텍사스와 위스콘신에 각각 2개의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사업비 규모는 380억달러에 달한다.
오라클은 이들 데이터센터를 15년간 임대하기로 했지만 최종 사용자는 오픈AI다. 즉 오라클이 임대해 전대를 놓는 사업이다. 이는 최근 오라클과 오픈 AI의 3000억달러 규모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 계약으로 확인됐다.
최종 사용자임에도 스타트업인 신분 탓에 OpenAI가 자체 신용으로 빌릴 수 있는 돈은 한계가 있다. 오라클 역시 기술 대기업치고는 신용등급이 낮다. 때문에 임대와 전대로 엮인 이 사업의 자금조달은 큰 틀에서 은행권이 참여하는 일종의 부동산담보대출(모기지)이다.
은행들은 완공될 데이터센터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고 오라클이 임대료 수입으로 부채를 갚아나가는 방식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여느 건설 사업에 동원되는 PF 구조와 다를 바 없다. 다만 조달 자금의 규모가 천문학적(380억달러)이라 대주단(신디케이트론 참여자)의 구성 또한 통상의 범주를 넘어섰다.
WSJ에 따르면 일반적인 PF의 경우 대주단에 참여하는 은행이 12 곳을 넘지 않지만 이번에는 30개 이상의 금융회사들이 참여했다. JP모간과 MUFG의 주간 하에 꾸려진 대주단은 BNP 파리바와 같은 글로벌 은행부터 US 뱅코프와 같은 지역 은행을 아우른다.
대출 만기는 5년, 약정 대출 금리는 6.4%다. 이는 오라클이 자체 신용으로 회사채를 발행했을 때 예상되는 이자비용보다 거의 200bp(2%포인트) 비싸다. 대출 규모가 막대하기에 신디케이트론에 참여한 은행들은 익스포저 축소를 위해 보험사와 유동화채권 전문회사, 회사채펀드 등 거의 모든 유형의 기관들을 대상으로 세일즈(대출 재판매)를 벌이고 있다.
다만 AI와 같은 전문 기술분야를 다루는 금융거래이다 보니 리스크 측정이 어려워 누구나 해당 대출을 인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출담보부증권(CLO) 시장을 통해 이를 분산시키려 해도 녹록치 않은 실정이라 한다. CLO 운용사들은 통상 3대 신평사(무디스, 피치, S&P) 중 한 곳의 신용등급을 요구하지만, WSJ에 따르면 대표 주간사인 JP모간이 스타게이트 대출과 관련해 받은 신용등급은 크롤(Kroll Bond Rating Agency)이 부여한 BBB 등급이 전부다. 크롤은 비교적 소규모 신평사로 CLO 운용사들이 요구하는 3대 신평사의 등급평정과는 거리가 멀다.
신디케이트론에 참여한 은행 입장에서 대출자산의 유동화가 수월하지 않다면 이런 딜은 다음을 기약하기 어렵다. 5년 뒤 차환이 필요한 시점에 문제가 불거질 위험을 지닌다.

3. 머스크 xAI의 콜로서스
테슬라(TSLA)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오픈AI의 챗GPT를 뛰어넘고자 자신의 AI 스타트업 xAI에 계속 돈을 붓고 있다. 투자자들을 향한 구애 작업도 한창이다.
스페이스X 등 다른 계열사 현금을 동원하고 xAI 스스로 증자와 회사채 발행으로 100억 달러를 끌어오기도 했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그의 야심이 응집된 데이터센터 '콜로서스 2(Colossus 2)'에 필요한 첨단칩 30만개를 사는 데만 180억 달러가 든다.
머스크 지원에 나선 것은 측근 인사 안토니오 그라시아스다. 그는 자신의 투자회사 밸러 에쿼티 파트너스(Valor Equity Partners)를 통해 머스크의 칩 구매를 돕기로 했다.
이를 위해 설립된 SPC(밸러 컴퓨트 인프라: Valor Compute Infrastructure)에 주주로 참여하는 한편 외부 출자자를 더 끌어오기로 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에도 자금 주선자로 나설 것을 요청했다. 밸러가 주주들을 모으고 아폴로는 회사채 투자자를 모집하는 형태다.
설계대로 금융거래가 성사되면 해당 SPC는 75억달러의 자본금과 125억달러의 외부 차입금으로 머스크를 위한 엔비디아 칩 구매에 나서게 된다.
SPC의 회사채(125억달러) 상환은 5년 동안 xAI가 데이터센터 사용료로 지불하는 돈으로 충당된다. 금융계 소식통에 따르면 아폴로는 두 자릿수 금리(10.5%)를 내걸고 회사채를 인수할 투자자를 모집중이다. 흥행을 위해 AI칩의 가치가 특정 구간을 넘어서면 추가 수익을 안겨주는 옵션을 보탰다.
한편 월가의 후원 하에 AI업계가 벌이는 '쩐의 전쟁'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몸소 메타의 하이페리온 프로젝트에 돈을 댄(회사채 투자자로 참여한) 핌코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댄 아이바신조차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장기 침체를 겪은 이래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복잡성과 안일함이 심화하고 있다"며 "현재 시장에 쏟아지는 회사채 규모는 과거 크레딧 사이클을 크게 넘어선다"고 말했다.
얖서 파이낸셜타임스(FT)도 데이터센터 역량을 키우려는 AI 빅테크들의 회사채 발행이 봇물을 이룬 가운데 최근 이들의 회사채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있는 모습에서 버블 위험을 경계하는 시장 일각의 우려를 엿볼 수 있다고 짚었다.
☞ AI 하이퍼스케일러 회사채 스프레드 '적신호' 버블 경계감

osy7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