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한강벨트’를 따라 이어지는 정비사업 구도가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빅2’를 중심으로 빠르게 양분되고 있어 주목된다. 현대건설이 핵심 지역으로 꼽히는 압구정과 반포, 한남3구역을 연이어 수주한 가운데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과 반포 래미안원베일리 등을 통해 주요 재건축 시장을 양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강변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두 건설사의 입지가 확고해지면서 향후 이뤄질 시공사 선정 경쟁에서도 빅2의 주도권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앞세워 입지·규모·상징성에서 높이 평가 받는 반포1·2·4주구, 신반포2차, 한남3구역 등 주요 사업지의 시공권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한강변 프리미엄 재건축 시장에서 현대건설의 입지가 한층 확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물산은 래미안을 앞세워 한남4구역과 래미안원베일리 등을 통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남4구역은 올해 초 한강변 최대어로 손꼽히던 사업지이고 반포 래미안원베일리는 준공 후 높은 시세로 브랜드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한강벨트 정비사업에서 ‘삼성’과 ‘래미안’의 경쟁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과도 맞물려 있다. 고금리 기조와 금융 시장의 불안 속에서 정비사업 조합들은 자금 조달 능력과 사업 안정성, 브랜드 신뢰도를 통한 프리미엄 극대화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런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건설사 중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가장 앞서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양강 구도’가 굳어지는 양상이다.
실제로 압구정2구역에서는 초반부터 다수의 대형 건설사들이 현대건설·삼성물산과의 경쟁을 피해 입찰을 포기했다. 마지막까지 저울질하던 삼성물산이 불참을 결정하면서 현대건설은 조합원 찬성률 90%에 가까운 압도적 지지를 얻어 수주에 성공했다.

최근 정비사업의 격전지로 떠오른 성동구 성수동의 성수전략정비구역에서도 양강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강과 서울숲을 끼고 있고, 더블역세권 입지까지 갖춘 성수동 일대는 ‘차세대 한강변 프리미엄 벨트’로 불리며 이미 3.3㎡당 시세가 1억 원을 넘나든다. 정비업계 안팎에서는 “반포·한남·압구정에 이어 또 하나의 최고급 한강변 주거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최근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곳은 성수2지구다. 당초 DL이앤씨와 포스코이앤씨가 경쟁했지만 포스코이앤씨의 중도 포기 후 DL이앤씨 단독 수의계약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조합이 단독 입찰 시 수의계약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DL이앤씨도 철수했다. 일각에서는 조합 측이 이 같은 방침을 정한 배경에 삼성물산 참여에 대한 기대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정비업계 일각에서 제기된다. ‘빅2’ 중 하나를 시공사로 선정해야 한다는 내부 기류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2지구에서 ‘래미안’ 유치 의견이 확산되자 최근 1지구 조합원들 사이에서 ‘디에이치’ 지지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성수1지구의 한 조합원은 “여기는 성수전략정비구역 안에서도 입지나 규모 면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핵심 구역”이라며 “2지구에 래미안이 들어선다면 1지구는 당연히 디에이치가 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강변 주요 정비사업지들의 시공권을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나란히 차지해온 만큼 성수전략정비구역 역시 양강 체제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양강 구도가 고착화되면 경쟁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선택지가 명확해진 만큼 리스크는 줄고 오히려 사업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에서도 나란히 건설업계 1·2위를 기록하며 주도권을 확보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강 체제가 내년에도 이어지고 한강벨트에서 양사의 주도권이 공고해질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