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임실 출신의 이흥재 박사가 차(茶)를 매개로 인간의 몸과 마음, 예술과 공동체를 아우르는 인문 치유서를 펴냈다.
‘차, 예술을 마시고 문화를 우려내다(책봄·1만7,000원)’는 차를 단순한 음료가 아닌 삶의 태도이자 사회철학적 사유의 도구로 풀어낸 책이다.
이 박사는 이번 책을 내면서 자신의 호를 ‘오완(悟碗)’, 즉 깨달음을 담은 찻잔이라 정했다. 예술과 정책, 사회, 경제를 넘나들며 융합적 시각으로 글을 써온 그가 이번 저서를 통해 은퇴 이후의 삶을 ‘차와 함께하는 사유의 여정’으로 열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자연과 나무, 그리고 차를 좋아하는 그는 남북차문화교류협의회에서 차 생활과 다회를 즐겨왔다. 이 박사에게 차는 스스로를 치유하고 성찰하게 하는 하나의 예술 행위다. 그는 “차는 몸을 따뜻하게 하지만, 결국 마음을 돌보는 일”이라며, 일상의 찻자리를 치유의 예술행위로 제시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빠르게 증발하는 오늘의 시간 속에서 차 한 잔을 우려내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타인과 느슨하게 연결되며, 삶의 결을 새롭게 인식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책은 총 4개의 이야기로 구성된다.‘Story 1. 고통을 풀어주는 잎’에서는 차의 향과 온기가 몸과 마음의 회복을 이끄는 과정을 인문학적으로 탐구한다. 이어지는 ‘Story 2. 몸과 맘을 바꾸는 마법’에서는 찻잎의 생리학적 효능과 감정 리듬의 회복을 연결하며 “한 잎의 차가 인간의 면역과 정서를 바꾸는 예술이 된다”는 통찰을 전한다.
‘Story 3. 예술을 마시고, 문화를 우려내다’에서는 차의 미학적·예술적 가치를 새롭게 조명한다. 찻자리의 분위기, 손의 동작, 물의 온도, 향의 변화까지를 총체적 예술로 해석하며, ‘차 명상’과 ‘향차 스케치’, ‘셀프 케어 예술치유 프로그램’ 등 차를 감성예술교육과 결합한 실험적 시도도 소개한다.
마지막‘Story 4. 지나온 시간, 마주 앉은 공간, 이어진 사람’에서는 차 문화를 개인의 취향을 넘어 사회문화적 실천으로 확장한다. 저자는 차를 통해 느린 대화와 공감의 언어를 회복하고, 공동체의 회복력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차를 매개로 한 티살롱·치유카페·감성공간을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생활문화 모델로 제안한다.
책의 끝은‘지속가능한 세상, 차 문화 상상력’으로 마무리된다. 저자는 차를 통해 지역과 자연, 전통과 현대, 개인과 공동체를 잇는 문화적 매개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차를 “삶의 균형을 회복하고 사회적 연대를 복원시키는 문화적 도구이자 미래 인문학의 출발점”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독자에게 이렇게 묻는다.
“오늘, 당신에게 차 한 잔의 시간은 있는가?”
이 물음은 단순한 쉼이 아니라, 자기 돌봄과 감각의 회복, 그리고 공동체적 관계망을 다시 잇자는 제안으로 이어진다. 차 한 잔을 마시며 예술을 느끼고, 문화를 우려내는 순간에 대해 이 박사는 바로 그 고요한 시간이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철학의 시작점이라고 말한다.
이 박사는 추계예술대학교에서 문화정책을 가르친 뒤 정년퇴임 후, 현재 한국전통문화대학교와 서울사이버대학교 초빙교수로 활동 중이다.‘나무에 문화꽃이 피었습니다’, ‘왕의 소통: 권력과 문화의 짝춤’ 등 20여 권의 저서를 펴내며 예술과 사회, 정책을 아우르는 융합적 인문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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