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한화 김동선, 증명의 시간

2025-09-18

요즘 유통가 '큰 손'은 롯데도 신세계도 아닌 한화다. 아워홈, 파라스파라 서울, 신세계푸드 급식 사업부 등 굵직한 인수·합병(M&A) 계약을 잇달아 체결하며 거침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추진력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삼남 김동선 부사장으로부터 나온다. 그룹 유통·서비스 사업을 승계하는 그는 '미래비전총괄'이라는 직함에 맡게 자신 만의 비전을 맘껏 펼치고 있다. 투입한 M&A 자금만 9000억원에 육박한다.

특히 그는 SPC그룹 허희수 부사장과 많이 닮았다. 재벌 3세지만 장남이 아닌 두 사람은 본업보다 신사업에 무게를 둔다. 해외 유학 경험, 물의를 일으켜 경영 공백기를 가진 점도 같다. 관심 분야도 비슷하다. '쉐이크쉑'과 '파이브가이즈', '배스킨라빈스'와 '벤슨'이 대칭을 이루는 것이 절묘하다.

두 사람의 진짜 공통점은 '존재감'이다. 허 부사장은 비알코리아·섹타나인을 이끌며 신사업, 디지털 분야에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동선 부사장 또한 빠르게 가지를 펼치는 중이다. 지난 3년여 간 그가 설립하거나 사들인 법인만 10개가 넘는다. '김동선=신사업' 공식을 각인하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이제 김 부사장에게는 '증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유통·서비스와 식품·외식, 로봇을 결합한 복합 푸드테크 기업 구현이 그가 그리는 '미래 비전'이다. 내수 침체로 고전하는 유통 산업에서 차별화 지점은 분명하지만 성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줄곧 내리막을 타는 본업도 반등 시켜야 할 시기다.

그의 선택이 과감했는지, 무모했는지는 결과가 정한다. 철 없는 재벌 3세와 모험적인 기업가는 한 끗 차이다. 아버지 김승연 회장은 불과 만 29세의 나이에 한화를 맡아 재계 6위 굴지의 그룹으로 키워냈다. 김 부사장이 한화 DNA로 유통 시장에서 경영 능력을 입증할 지 주목된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