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박정규 기자) “인류의 첫 여행은 물과 먹거리를 찾는 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삶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이 목적이었겠지요. 결국 길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마을과 마을 사이의 교통을 위한 것 아닐까요?”
북베트남 오지 2,000km를 E-바이크로 여행하는 ‘노 막패스 챌린지(Northern Majesty Challenge)’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 중인 베트남 거주 한국인 황상현 코치의 말이다.
그가 최근 베트남 현지 여행 관련 상품의 공급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여 자유여행을 직거래하는 플랫폼 ‘콤보부킹’을 개발했다. 이 여행 중개 플랫폼 ‘콤보부킹’은 베트남 자유여행을 위한 현지 투어 프로그램, 호텔 등의 숙소 예약, 크루즈, 액티비티, 각종 입장권 및 관람권, 먹거리, SIM/Wi-Fi 등에 이르기까지 번거로운 베트남 현지 투어 정보를 원스톱으로 해결하고, 자기만의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여행자가 원하는 시기와 기간, 비용에 맞춰 자기 취향의 여행 프로그램을 가성비 좋게 꾸미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원스톱으로 해결해 주는 여행 관련 옥션과 쿠팡이다. 이 시스템은 특히 돌발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해외 자유여행을 안전하게 도와준다는 점에서 베트남 자유여행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지 900km 자전거 여행, 단절된 고요 속에서 내면과 소통
‘캠프비엣’ 플랫폼을 이용하여 최근 50~60대 자전거 동호인 4명이 ‘노 막패스 챌린지’ 스팁 루트와 트라이벌 루트에 도전했다. 총 13박 15일 일정으로 E-바이크 북베트남 여행에 나선 그들은 자전거 여행을 즐기며 북베트남의 유명 관광지 황수피와 박하, 사파, 디엔비엔, 목쩌우 등을 자전거 자유여행 형태로 둘러봤다. 북베트남 오지를 E-바이크로 찾아 나선 그들은 소수민족 주민들과 교류하며 색다른 해외여행을 만끽했다.



“오지에서의 E-바이크 여행은 단순히 자전거를 타는 것이 아니라, 아직 때 묻지 않은 자연과 마주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소수민족 사람들을 만나는 특별한 경험입니다. 문명이 닿지 않은 오르막·내리막길을 땀 흘리며 달리다 보면 세상과 단절된 듯한 고요 속에서 오히려 제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됩니다.”
황 코치는 ‘캠프비엣’ 카테고리 가운데 자전거로 돌아보는 소수민족 오지 마을 탐험을 제일로 꼽았다.
“자전거 여행은 속도를 늦추고 눈으로 보는 것 이상의 여행을 가능하게 합니다. 차로는 스쳐 지나갈 풍경 속에서 사람들의 미소, 아이들의 손짓, 들판에서 흘러나오는 흙냄새까지 느낄 수 있죠. 자전거를 타는 순간, 여행은 목적지가 아니라 길 자체가 추억이 됩니다.”
스팁 및 트라이벌 루트 도전에 나선 황 코치 포함 다섯 명의 일행은 비 온 뒤 운무에 갇혀 섬이 된 황수피와 박하, 사파 등지의 산봉우리들을 바라보며 감탄을 자아냈다.
황수피는 베트남에서도 손꼽히는 오지 지역이다. 북부 산간에 흔한 계단식 다랑이논이 이곳에서는 더욱 깊고 웅장하다. 산의 높이와 계곡의 깊이가 워낙 극적이어서 황수피의 다랑이논은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는 광활함과 험준함을 보여준다.
태풍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도로는 움푹 패이고 무너져 있었지만 그들에게는 고행이 아니었다. 깊은 산속 오지 마을에서 만난 몽족, 흐몽족, 따이족 등 소수민족 사람들은 생소한 외국인이었을 그들에게 기꺼이 베트남 쌀밥을 내놓고 대접에 물을 담아 권했다.




간식으로 망고를 몇 개 사면 바나나를 덤으로 주는 구멍가게, 소수민족 전통 음식을 먹는 일행에게 자신들이 먹던 희귀 과일을 맛보라며 호의를 베푸는 사람들이다.
일행이 미리 준비한 사탕과 연필, 연필깎이, 샌들을 손에 쥐고 부끄러워하며 행복해하는 어린아이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눈망울로 수줍어하는 소수민족 꼬마들은 일행에게 다가온 큰 선물이었다. 베트남 깊은 속살 오지 자연의 아름다움만큼이나 그들의 순수함과 따뜻함이 마음 깊이 스며들었다.
꼽파이에서 박하로 향하는 길 중간 기착지 점심 장소였던 룽핀 등에서도 비 온 뒤 구름이 시야를 가리다 걷히기를 반복했고, 그 짧은 틈 사이로 드러나는 풍경은 더욱 극적으로 다가왔다. 도로 일부가 태풍으로 유실되어 버스가 위태롭게 멈춰 서 있는 장면도 목격됐다.
이어 도착한 박하는 베트남 북부에서 가장 큰 소수민족 시장이 열리는 곳이다. 매주 일요일이면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과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토요일이었던 그날 밤에는 이미 내일 장을 준비하는 인파로 북적였고, 야시장이 열려 활기가 넘쳤다.
다음 귀착지 라오까이에도 새로운 길, 새로운 얼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박하에서 라오까이까지의 거리는 약 50km. 해발 1,000m의 박하에서 해발 100m 남짓의 라오까이로 내려가는 길은 내리막이 많았지만 중간 기착지까지 약 30km는 제법 힘든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었다.
길은 쉽지 않았지만, 길 위의 풍경과 사람들이 일행의 피곤함을 잊게 했다.
수민족 일상과 생활상, 여행자들의 삶의 온기 되었다
“여행이란 단순히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그 안에서 삶의 온기를 발견하는 일 아닐까요?”
황 코치의 말처럼 소수민족 사람들의 일상과 생활상은 일행들에게 삶의 온기가 되었다.
라오까이성으로 가던 길 점심 무렵, 그들은 시골 마을의 한 식당에 들어갔다. 그들은 미리 준비한 한국 라면을 꺼내 끓여 먹었다. 식당에서 손님이 자기가 가져온 음식을 꺼내 조리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베트남 소수민족 마을의 인심은 그것마저도 허용했다.
그 식당의 주인은 식당 뒤쪽 용과 과수원으로 그들을 이끌더니 마음껏 과일을 따 먹으라며 미소를 지었다. 낯선 땅에서의 이 따뜻한 환대는 또 하나의 감동이었다.
오후 늦게 라오까이에 도착했다. 라오까이에 이어 도착한 사파는 베트남 최대의 고산 휴양지이며, 인도차이나에서 가장 높은 판시판 산이 있는 곳이다. 몽족, 자오족, 자이족, 따이족, 사포족 등 소수민족이 각자의 전통 문화를 이어가며 살아가고 있었으며, 서로 간에는 베트남어가 아닌 고유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따핀 마을에 들러 먹었던 자오족 전통의 맛깔스러운 점심도 잊을 수 없다.
자오족 마을을 떠나 몽족 마을에 들어서니 벼 수확이 한창이었다. 작은 다랑이논에서 대여섯 명의 여인들이 이미 베어 놓은 벼를 나르고 있었는데, 일행들도 소매를 걷고 나서서 그들의 일손을 도왔다. 일행들과 몽족 여인들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피어났다.
새벽녘 호텔 창가에서 바라본 사파의 판시판산은 짙은 안개에 가려 있었다. 사파에서 출발한 케이블카는 총 길이 6,292m, 세계 최장의 3줄 케이블카로 약 20여 분 만에 해발 3,000m 부근까지 여행자를 실어 나른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산맥과 계곡, 다랑이논과 구름의 풍경은 장대한 한 폭의 그림이었다. 케이블카가 므엉화 계곡 위를 지날 때에는 끝없이 이어진 다랑이논에 황금빛 벼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색다른 체험, 므엉화 계곡 상공 패러글라이딩 비행
‘콤보부킹’ 시스템에 따라 그들 일행은 사파에서의 자유 일정을 설계하며 여러 가지 체험 액티비티 가운데 패러글라이딩을 선택 체험했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가는 길은 오지 탐험이 따로 없을 정도로 험준했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임도를 따라 매우 가파른 경사가 많아 스릴감이 넘쳤다. 탄성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는 풍광은 덤이었다.
그들은 사파 므엉화 계곡 상공을 비행하며 하늘에서 바라본 깟깟(Cát Cát) 마을 대신 따반 마을의 계단 논 마을길을 다음 라이딩 코스로 택했다. 므엉화 계곡 양옆으로 펼쳐진 따반 마을 계단식 다랑이논과 유기농 채소 농장, 소수민족 마을이 이어지는 업힐 코스 라이딩도 경치 좋은 곳곳의 카페에서 바라본 절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전거 여행은 속도를 늦추어 눈으로 보는 것 이상의 경험을 선물합니다.
차로 스쳐 지나갈 풍경 속에서 사람들의 미소와 아이들의 손짓, 들판의 흙냄새까지 느낄 수 있죠.
자전거를 타는 순간, 여행은 목적지가 아닌 길 그 자체가 됩니다.
사파에서 라이쩌우로 가는 파린현 마을길로 들어서니 사파와는 또 다른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카페에서 포도주스를 마시는데 카페 직원이 씻고 있던 베트남 얌(Yam: 뿌리채소류)을 시식해 보라며 친절하게 내밀었다. 그의 선심 역시 디엔비엔으로 가는 길 내내 여운으로 남았다.


디엔비엔에서 시대를 초월한 전설적인 영웅과 인문학적 교감
일행이 다음으로 도착한 디엔비엔푸. 호치민을 도와 베트남 혁명을 승리로 이끌었던 베트남 국민 영웅 보응우옌잡 사령관이 프랑스군을 상대로 싸워 이겼던 전승지다. 그곳에서 전설적인 영웅과 시대를 초월한 인문학적 교감을 나눴다.
“인민이야말로 전쟁의 진정한 무기다.”
“전쟁은 인간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구하기 위한 것이다.”
“조국은 힘센 자의 것이 아니라 조국을 위해 싸우는 자의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장소에서 우리가 선택한 시각에 싸워야 한다.”
모두 보응우옌잡 사령관이 남긴 어록들이다. 그가 선택한 시기와 장소에서의 승전은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의 결정적인 승패를 갈라 베트남 전쟁사의 또 다른 큰 획이 되었다. 일행들은 운이 좋았다. 저녁 식사 장소인 디엔비엔 빈컴몰로 이동하던 중 몰 앞 도로에서 베트남 서북지역 문화 페스티벌이 한창이었다. 따이족을 비롯한 베트남 소수민족들이 각자의 전통 공연을 선보이고 있었다.
다음 코스인 목쩌우로 가는 코스 중간중간 태풍으로 인한 산사태 복구 현장이 눈에 띄었다. 중간 경유지 디엔비엔동 마을에 도착해 가게에서 시원한 생맥주로 목을 축이는데, 주인장 여인이 고소한 찹쌀밥과 담백한 북베트남 토종 생선구이를 건넸다. 댓가 지불을 한사코 거절하는 그녀에게 도망치듯 답례를 하고 나선 일행들의 페달질이 가벼웠다.
라이딩 도중 도로변 폭포에서 머리를 밀어 넣고 알탕을 하던 일도 추억으로 남았다. 자전거를 타고 가며 하교 길 꼬마들과 손을 부딪쳤던 하이파이브도 즐거움이었다. 선라에서 목쩌우로 가는 약 120km의 코스는 ‘노 막패스’ 중 장거리 비포장 구간이었다.
간밤에 내린 비로 흙탕길이 많아 모두가 흠뻑 젖었다. 흙탕물을 피하려다 진흙길에 바퀴가 빠지기도 하고 튀어 오르는 진흙물에 자전거와 옷이 모두 엉망이 되었지만, 이것 역시 자전거 여행의 묘미였다. 점심으로 쌀국수를 먹고 있는 일행에게 잘 익은 파파야를 내밀던 주인장의 미소도 순수했다.
여행, 가보지 않은 곳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갈망
“인간은 왜 여행을 떠나려 할까요?
아직 가보지 않은 곳,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갈망은 언제나 우리를 움직이게 하고, 인간은 늘 ‘저 산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를 궁금해합니다. 그리고 낯선 환경 속에서 오히려 자신을 더 선명하게 마주하게 되지요.
여행지에서 만나는 타인은 새로운 거울이 되고,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하는 여행은 단순한 이동을 넘어 소중한 기억을 쌓는 시간이 됩니다.”
‘여행은 풍경을 보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자신과 세계를 다시 해석하며 존재의 이유를 묻는 과정이 된다’는 황 코치의 역설이다.
‘노 막패스’ 4개 루트 총 2,000km 가운데 2개 루트, 이들 일행이 탐험했던 스팁 루트와 트라이벌 루트 약 900km의 자전거 여행 여정은 그들에게 또 다른 길을 만들어 나침반이 되었다. 반백 인생 후반기 인생 설계에 대한 새로운 길을 향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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