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새 챕터 ‘K문화산업’이 열었다

2025-11-02

APEC, 문화창조산업 공식 의제 격상

방탄소년단 RM, K팝 최초 서밋 연설

지드래곤, 21개국 정상 앞 만찬 공연

이 대통령·시 주석 ‘나비’ 한한령 화답

시 주석, 박진영에 베이징 공연 제안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도 K팝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주요한 산업으로 인정받았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K-콘텐츠 경제적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평이다.

■ 국가 산업이 된 ‘문화 산업’

APEC 정상 회의는 지난 1일 경주에서 ‘경주선언’을 채택하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번 선언은 ‘문화창조산업’(Cultural and Creative Industries)을 아시아·태평양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명문화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프라보워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 21개국 정상과 대표가 ‘APEC 정상 경주선언’을 채택했다.

이번 경주선언은 ‘문화창조산업’을 명시한 APEC 첫 정상 문서다. 이는 문화산업이 APEC 설립 이후 36년 만에 통상·투자·디지털과 동등한 경제협력 의제로 격상된 것을 의미한다.

이번 선언에서 ▲‘문화창조산업’을 아시아·태평양 지역 신성장동력으로 인정 ▲문화산업이 관광과 인적 교류를 촉진하며 APEC 경제협력의 새로운 촉매제 ▲디지털 및 AI 기술 혁신을 통한 창작과 유통 전 단계 혁신 촉진을 명문화했다.

대통령실은 “21개 회원국 GDP가 전 세계의 60%를 차지하는 만큼, K-컬처가 아태지역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K-컬쳐의 중장기적인 잠재 수혜가 예상된다. APEC 회원국은 정부 차원에서 문화산업을 ‘주력 산업’으로 인식하면서 향후 각국의 문화 예산 증액, 규제 완화, 세제 혜택 확대 논의 가능성이 열렸다. 지난 8월 27일 경주에서 진행된 ‘APEC 2025 문화산업고위급대화’ 공동성명에서는 “문화산업을 기성 주력산업에 맞먹는 규모로 육성”이라는 표현이 명시됐다.

당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APEC 회원국과 문화산업 협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후속 프로젝트를 발굴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미국과 일본과의 문화 분야 협력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수교 60주년 일본과의 문화 협력을 논의했다고 언급했다.

■ 방탄소년단(BTS) RM과 지드래곤

방탄소년단 멤버 RM은 지난달 29일 K팝 아티스트 최초로 APEC CEO 서밋 연설자로 나서는 영광을 누렸다. 500여 명 청중 앞에서 RM은 ‘APEC 지역의 문화창조산업과 K-컬처의 소프트파워(창작자의 시각에서)’를 주제로 연설했다.

그는 “올해 처음으로 문화산업이 APEC의 핵신 의제로 격상된 것에 대해 창작자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자부심과 기대감을 느낀다”며 “K팝은 마치 비빔밥과 같다. 문화에는 국경도, 한계도 없다”고 강조했다.

RM은 UN 본부 연설(2018, 2020, 2021)에 이어 네 번째로 국제기구 무대 발언자로 나서며 문화창조산업 의제 격상의 상징성을 대표하는 창작자로 초청됐다.

스포트라이트는 이번 APEC 홍보대사이기도 한 지드래곤이 장식했다. 지드래곤은 지난달 31일 APEC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서 K팝 가수 중 유일하게 무대에 올랐다. APEC 21개국 정상 및 주요 인사 약 400여 명 앞에서였다.

무대도 남달랐다. 지드래곤은 갓을 쓰고 등장해 전통과 현대가 융합된 K-컬쳐 공연을 선보였다. 유례 없는 글로벌 히트를 기록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사자보이즈 의상이 연상되는 무대였다.

알베르토 반 클라베렌 필레 외교장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등은 스마트폰으로 지드래곤을 촬영했고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나란히 앉아 지드래곤의 무대를 감상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드래곤의 이날 무대를 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며 ‘#K팝영원히’(#KpopForever) 태그를 덧붙였다.

■ 한한령(限韓令) 해제 본격화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한중정상회담을 주시하고 있었다. 벌써 9년째 풀리지 않은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시 주석은 1일 APEC 정상회의 본행사 공식 폐막 후 이 대통령으로부터 의장직을 인계받은 후 전날 환양 만찬 공연 주제였던 ‘나비’를 언급했다. 그는 “어제 만찬 장소에서 나비가 날아다녔는데 참 아름다웠다”며 “이 대통령이 제게 ‘내년에 나비를 이렇게 아름답게 날리실 것인가요’라고 질문해 ‘여기의 이 아름다운 나비가 선전까지 날아와 노래까지 하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중국 선전은 내년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곳이다.

이 대통령도 이후 열린 내외신 대상 기자회견에서 ‘나비’로 화답했다. 그는 “어제 공연에서 관객 위로 날아다니는 나비가 시끄러워서 제가 시 주석님께 ‘나비는 원래 조용히 나는데 이 나비는 모터 소리가 난다. 내년엔 소리 나지 않는 진짜 나비를 만들어 날려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며 “시 주석께서 ‘노래하는 나비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한한령 해제가 직접 언급되기도 했다.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1일 한중정상회담 브리핑에서 “한한령 해제에 대해) 좋은 논의가 있었다”며 “실무적 협의를 해 나가면서 소통하면서 풀자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했다.

깜짝 소식도 있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 시 주석과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잠시 얘기를 나누다가 시 주석이 북경에서 대규모 공연을 하자는 제안에 호응해서 왕이 외교부장을 불러 지시하는 장면이 연출됐다”고 했다.

이어 “한한령 해제를 넘어 본격적인 K문화 진출의 문이 열리는 순간이 아닐까 기대한다”고 했다.

박진영 또한 이 대통령과 함께 시 주석을 만난 사진을 올리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는 “대중문화를 통해 양국 국민들이 더욱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더 많은 이야기 나눌 수 있길 기원한다”고 했다.

다만 대중문화교류위는 2일 “시 주석과 박진영의 대화는 공식 외교행사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며 건넨 원론적 수준의 덕담”이라며 “이에 대해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은 조심스럽고 성급하다는 판단”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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