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즈음 사라진 속초 시흥사 시왕도, 70여년 만에 미국서 귀향

2025-11-14

한국전쟁 이후 미군에 의해 반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속초 신흥사 불화 ‘시왕도’ 1점이 70여 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하 재단), 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원회(이하 위원회), 신흥사는 14일 서울 마포구 KGIT 센터에서 시왕도 언론공개회를 열고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하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불화 시왕도를 강원 속초시 설악산 신흥사에 반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왕도는 저승에서 심판을 주관하는 10명의 대왕을 그린 불화 양식으로, 불교의 사후세계관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번에 되찾은 신흥사 시왕도는 10점 연작 중 마지막 그림인 ‘제10오도전륜대왕도’(第十五道轉輪大王圖) 1점이다. 1798년(정조 22년)에 조성된 가로 91.4㎝, 세로 116.8㎝ 크기의 그림으로, 정교한 필선과 채색이 돋보인다. 원래 신흥사 명부전에 걸려있었으나 6·25 당시 격전지였던 속초가 미군 통치 하에 있던 1954년쯤 미국으로 반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신흥사 시왕도의 반환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에 소장돼 있던 6점의 시왕도가 한국으로 돌아온 바 있다. 이번 반환으로 전체 10점 중 7점이 제자리를 찾게 됐다. 나머지 3점의 행방은 알 수 없는 상태다. 이들 불화는 당분간 신흥사 수장고에 보관될 예정이며 법당 신축이 끝나는 대로 전시될 계획이다.

시왕도의 귀향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위원회는 2023년부터 미술관과 협의를 시작해 실태조사를 통해 작품이 신흥사 시왕도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반출 경위, 시기 등을 특정할 수 없는 게 문제가 됐다. 6·25 전쟁 등으로 오도전륜대왕도에 대한 공적 문서가 유실됐기 때문이다.

이상래 재단 이사장은 “1942년 일본 통치 하에서 조선총독부가 기록한 사찰 주요 재산 목록에는 오도전륜대왕도에 대한 기록이 있었으나, 1954년에 촬영된 신흥사 내부 사진에는 이미 사라졌다”며 “결국 당시를 기억하는 속초의 어르신들의 증언을 영상으로 만들어서 미술관을 설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국가유산청과 재단은 민간단체 지원을 통해 문화유산 반환과 국제협력의 기반을 다져왔다”며 “이번 사례는 민간단체와 국가가 긴밀히 협력하여 성과를 거둔 좋은 본보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맥스 홀라인 미술관 관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미술관은 한국의 동료 및 기관과 협력해온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앞으로도 공동의 노력을 계속하여 한국 예술에 대한 세계의 이해과 인식을 고취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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