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네 번째 수능을 치르는 단상

2025-11-12

50여만명의 수험생이 오늘 오전 8시40분부터 서른네 번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른다. 수능은 매년 11월 둘째 주 목요일에 치르는데, 주말 고속도로 혼잡을 피해 원활한 시험지 수송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날씨와 기온, 대학별 입시 전형 기간을 고려해 정해진 날이기도 하다. 이뿐인가. 수능은 그야말로 비행기 이착륙도 멈추게 하는 위력이 있다. 또 수능 수험표는 웬만한 바우처 못지않은 할인권으로 통한다.

오늘은 수험생뿐 아니라 모든 학부모가 초긴장한 채 하루를 보내게 된다. 겪어보지 않으면, 떨려서 주체 못하는 그 마음을 모른다. 수능 관련 뉴스는 오늘 저녁 각 방송사 메인 뉴스의 첫 꼭지를 장식하고 울고 웃는 수험생 모습이 화면을 채울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이 입실 마감 시간에 오토바이를 타고 아슬아슬하게 시험장으로 오는 수험생과 기도하는 학부모, 응원하는 후배 모습을 아침 뉴스에서 보게 될 테다.

수능은 국가가 출제에서 인쇄, 시행, 채점 관리까지 전 과정을 관장한다. 그럼으로써 국가는 공공성과 객관성이 높은 전형 자료를 각 대학에 제공하게 된다. 수능은 1994학년도부터 시작됐다. 당시 수능은 대학 교육에 필요한 수학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수준에 맞춰 ‘영역별 통합 교과적인 소재를 활용’한 사고력 중심의 평가였다.

그 후 수능은 2005학년도부터 ‘교과 특성을 바탕’으로 한 사고력 중심의 평가로 바뀌었다. 국어만 하더라도 시행 초기에 적성검사 형태의 언어영역 시험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교과 학습형 국어영역으로 변했다. 탐구영역도 과목 간 융합 형태에서 개별 과목 교과 시험으로 변하고 있다. 현재 고1이 치를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다시 통합교과로 바뀐다. 특히 2028학년도 수능은 대대적으로 변해 제2외국어, 한문을 제외하고 선택과목이 없어지고 공통과목 위주로 치르게 된다.

수능은 훌륭한 자질을 가진 시험이지만 시험 성격이 몇차례 변하고 수능 출제 오류 논란이 생기면서 최근 정체성과 신뢰도 논란이 불거졌다.

평가 전문가 사이에서는 오히려 초창기 적성고사 형태의 수능이 제일 좋았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현재와 같은 수능은 생명을 다했으니 그 형태를 바꾸자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 정부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에서는 차기 새로운 대입 개편안을 대대적인 수능 변화를 전제로 논의한 바 있다.

물론 실현 여부는 미지수이지만, 이 초안에는 대입 수능을 연 2회로 확대하고, 회당 이틀씩 총 나흘간 시험을 치르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수험생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시험 당일 건강과 같은 신체 조건이나 실수 때문에 생기는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험을 여러 번 치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른바 ‘진로형 수능’을 ‘기초수학능력검사(수능Ⅰ)’와 ‘교과별 학업성취도 평가(수능Ⅱ)’로 나누는 안도 있다. 수능Ⅱ에는 서술형과 논술형 문항이 포함되는 것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학생의 종합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이런 논의 결과를 새로운 국교위에서 얼마나 반영할지 모르지만 완전히 무시하고 원점에서 논의를 시작하지는 않을 것 같다. 수능 이원화, 수능 복수 시행, 논·서술형 수능, 수능 절대평가 등 과제가 산적한 새로운 수능을 어떻게 할 것인가. 언젠가 모습을 드러내게 될 새로운 수능이 정체성과 신뢰도 모두를 회복하기 바란다.

필자가 속한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에서는 오늘 오후 수능 관련 보도자료에 적을 마무리 문장을 크게 두 가지로 마련해 놓았다. 하나는 “2026학년도 수능은 대체로 지난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으며 과목별로 중고난도 문항 한두 개로 변별력을 갖췄다”이고, 다른 하나는 “2026학년도 수능은 지나치게 쉽게(어렵게) 출제돼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이다.

과연 오늘은 어떤 마지막 줄이 쓰일까. 전자이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모든 수험생과 학부모 여러분께 진심을 담아 응원을 보낸다. 수능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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