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업 생태계에 자본이 흘러들지 않으면 혁신은 멈춘다. 정부 정책자금만으로는 부족하고, 민간 투자자의 자발적인 참여 없이는 지속 가능한 창업환경은 구축될 수 없다. 그 열쇠는 결국 세제다. 과감하고 구조적인 세금 인센티브가 없다면, 투자자는 리스크를 감수할 이유가 없고, 초기 기업은 자금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꺼내 들어야 할 정책 카드는 '실효성 있는 세제 확장'이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벤처기업에 대한 개인투자는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혜택은 지나치게 제한적이다. 투자금 3000만원까지는 100% 공제를 받을 수 있으나, 이를 초과하면 공제율은 급격히 낮아져 50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30%만 인정된다. 실제로 1억원을 투자하면 5900만원 수준만 공제되고, 나머지 금액은 세제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는 구조다. 이는 중대형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리한 조건이며, 고액 엔젤투자를 가로막는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한다.
최근 제안된 세제 확대안은 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손질하자는 취지다. 5000만원까지 공제 한도를 넓히고, 1억원까지 70%, 그 초과분도 50%를 공제하자는 방안은 투자자에게 실질적인 보상을 제공하면서도 투자 규모 확대를 유도하는 현실적인 정책 수단이다. 세후 수익이 커지면 투자자는 과감하게 모험에 나서게 된다. 특히, 5000만원 이하 투자에 대해 전액 공제를 보장한다면 소액 투자자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초기 기업을 지원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공제율만이 아니다. 공제 대상도 문제다. 현재는 벤처기업으로 인증된 기업만 해당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창업 초기지만 벤처 인증을 받지 못한 다수의 기업들이 소외되고 있다. 벤처기업 요건은 기술 중심 창업에 유리하지만, 비즈니스 모델 기반 창업, 여성·중장년층 창업, 지역 기반 로컬 창업은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투자 유치도 어렵고 세제 혜택에서도 배제된다. 벤처기업 중심이 아닌 '창업기업 중심' 공제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창업 7년 이내 기업 중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벤처 인증 여부와 관계없이 공제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해외 사례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영국은 EIS, SEIS를 통해 투자금의 30~50%를 소득세에서 감면하고, 미국은 QSBS 제도로 매각 차익 전액 비과세를 제공한다. 이스라엘은 투자금 100% 소득공제를 허용해 엔젤 투자 열기를 끌어냈다.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투자자 리스크를 국가가 일정 부분 세금으로 덜어주는 구조다. 그 결과는 고용, 수출, 기술혁신이라는 더 큰 경제적 효과로 돌아왔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 세제공제 확대 시기마다 엔젤 투자 규모는 급증했다. 2015년 공제 한도를 상향했을 때 투자액은 1년 만에 68% 가까이 증가했고, 2018년 이후에도 유사한 패턴이 반복되었다. 투자자가 움직이면 스타트업은 자란다. 이 명제는 이미 경험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이제 남은 건 정책의 결단이다. 소득공제 구간을 넓히고, 공제 대상을 창업기업 전반으로 확장해야 한다. 그리고 수도권이 아닌 지역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에는 더 높은 공제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정책적 방향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혁신은 세금 인센티브라는 디딤돌이 있어야 움직인다. 투자자에게 실질적인 보상이 주어질 때, 우리는 진짜 창업국가의 문을 열 수 있다.
전화성 초기투자AC협회장·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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