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는 양보, 에이징 커브는?…사절입니다

2025-11-14

튀르키예리그 1년 뛰고 친정 컴백

단숨에 우승·MVP 후보로 떠올라

힘빠진 KB에 역동성 불어넣을 듯

몸싸움 심한 유럽서 뛰며 벽 느껴

후배 송윤하와 좋은 시너지 기대

단비 언니처럼 최정상 노장 되고파

이제 ‘에이스’라는 단어는 박지수(27·청주 KB)를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박지수는 주장이자 언니로서, 국가대표와 해외리그를 여러 번 경험한 베테랑으로서 KB를 다시 정상에 올려놓을 각오가 되어 있다.

2025~2026시즌 여자프로농구의 화두는 단연 박지수의 복귀다. 데뷔 시즌 신인왕에 이어 정규리그 MVP를 4번 수상한 박지수는 지난 시즌을 유럽 튀르키예 리그 갈라타라사이 SK에서 뛰었다. 일 년 만에 친정팀 KB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박지수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MVP 후보 1위에 올랐다. 팬 투표에서 28.2%, 선수 투표 40.8%, 미디어 투표 61.2%의 선택을 받았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PO)에서 아산 우리은행에 패배한 KB는 박지수의 복귀와 함께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책임감이 막중하다. 박지수는 13일 천안 KB국민은행연수원에서 진행한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기대치를 어떻게 충족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라면서도 “제가 없는 사이 KB는 인사이드뿐 아니라 외곽에서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좋아졌기 때문에 그 플레이에 잘 녹아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주장으로서 팀원들에 대한 믿음이 드러났다.

튀르키예에서 KB의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경기를 빠짐없이 챙겨본 박지수는 “KB 경기를 밖에서 지켜볼 기회가 없었는데 그때는 오로지 팬심으로 보니 정말 재미있었다”라며 친정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박지수가 빠진 KB는 지난 시즌 힘든 시기를 보냈다. 평균 득점이 59.3점으로 5위, 리바운드는 36.6개로 꼴찌였다. 평균 72.7득점, 45리바운드로 압도적 1위를 기록한 2023~2024시즌보다 힘이 빠진 모습이었다. 리그의 에이스 대결 구도도 단조로워졌다. 김단비(아산 우리은행)와 김소니아(부산 BNK)가 라운드 MVP를 각각 4번, 2번 수상했다.

박지수의 합류로 새 시즌 WKBL에 역동성이 더해질 전망이다. 박지수는 “저로 인해 KB의 득점도 올라가고, 우리를 이기려는 상대 팀의 득점도 올라가서 6개 구단의 평균 득점이 다 조금씩 올라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박지수는 해외 리그에서 뛰며 농구에 대한 시야를 넓혀 왔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WNBA 활동을 병행했다. 지난해에는 낯선 튀르키예 리그에 도전했다.

박지수는 “유럽 각 팀과 컵대회도 하고 튀르키예 리그 경기도 많다 보니 처음에는 일정을 소화하는 게 힘들었다”라며 “처음에는 어떤 경기에 나가는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따라가서 농구를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는 한국 농구가 몸싸움이 가장 심한 줄 알았는데 유럽은 정말 심하더라”라며 “NBA의 니콜라 요키치가 ‘몸싸움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괜히 ‘나 유럽 선수다’라고 답한 게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박지수는 “스포츠는 자신감이라고 생각하는데, 외국 선수들과 부딪혀 보면서 국제무대에서 ‘나도 해볼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그는 “동료들이 해외 리그 도전에 관해 물어보면 ‘준비가 됐다면 무조건 한 번쯤은 경험해 보는 게 도움이 된다’라고 답한다”라며 “한국에만 있으면 자기 포지션에 안주할 수 있는데 외국에 나가보면 자신의 실력에 ‘벽’을 느껴볼 수 있다. 그게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KB는 이제 ‘박지수 원맨 팀’이 아니다. 베테랑 슈터 강이슬과 전천후 포인트 가드 허예은, 센터 유망주 송윤하까지 있다. 박지수가 버티고 있는 골 밑은 물론이고 외곽과 백코트까지 단단해졌다.

박지수는 특히 ‘국보 센터’의 계보를 이을 송윤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지수는 “송윤하를 보면서 ‘정말 복덩이가 들어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라며 “제가 나갔을 때 빈자리를 송윤하가 잘 채워줬다. 돌아가서 서로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출전 시간 때문에 경쟁 상대가 될 순 있겠지만 저는 송윤하가 더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라며 “힘들 때 편안하게 기댈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박지수는 스스로 ‘걱정을 미리 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부상을 이겨내야 하고,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어야 한다. 모두가 인정하는 현역 에이스이지만 언제나 ‘에이스 그 이후’를 고민한다. 박지수는 먼 훗날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며 김단비를 떠올렸다. 그는 “단비 언니처럼 나이가 들어도 최정상을 지킬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며 “에이징 커브를 겪지 않고 가장 높은 곳에서 은퇴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박지수는 “제가 꿈꾸는 선수 생활의 끝이 있기 때문에 벌써 걱정이 많다”라고 말했다. 그는 “부상 이후 운동량이 적었기에 운동 부족으로 인한 걱정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열심히 운동하다 보면 이런 생각도 없어질 거다. 결국 선수는 운동으로 자신을 채워야 한다”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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