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진단·해법 잘못된 '저출산 정책'…4차 산업 혁명 '돌파구'

2025-09-17

한국 합계출산율, OECD 국가 최하위

원인, 과잉인구·과잉경쟁·저성장 꼽혀

청년 세대, 혁신·창의적 직업으로 몰고

장년, 행정·사무 이모작 직업 길 열어야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한국의 저출산 정책이 가정·진단·해법 모두에서 잘못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는 저출산·고령화 대응 방안으로 55~77세 장년층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부양비를 줄이는 '이모작 사회'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김 교수는 지난 15일 보건복지부 초청 강연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 한국 합계출산율, OECD 38개국 중 최하위…과잉인구·경쟁·저성장 원인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기준 0.7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가장 낮다. 합계출산율은 한 명의 여성이 가임 기간(15~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를 의미한다.

반면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20% 이상에 진입해 초고령화 사회는 점차 빨라진다. 노인 세대를 부양할 청년 세대는 적어지고 부양을 받을 노인 세대가 많아져 국가 붕괴 위기에 처해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아동수당, 부모 수당 등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저출산 현상에 대응했다. 김태유 교수는 경제적 어려움 해소를 위한 지원은 필요하지만, 금전적 지원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 목표인 1.6명까지 가려면 1년에 50만명이 태어나야 한다. 아이당 2억원씩 지원한다면 약 100조원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낮은 이유로 인구과잉, 과당경쟁, 저성장을 꼽았다. 한국은 인구밀도 1제곱킬로미터(km²) 당 인구밀도가 517명이다. 반면 스웨덴은 25명, 프랑스 119명이다. 일자리 수도권 집중도도 한국은 49.7%로 독일 4%, 영국 17%와 비교하면 최대 10배 차이가 난다. 지난 30년 동안 평균 1%씩 하락한 경제성장률도 문제다.

김 교수는 "가장 좋은 사례로 프랑스를 얘기하는데, 프랑스는 인구 밀도가 우리의 사분의 일 수준이고 일자리 수도권 집중도도 절반"이라며 "한국은 성장 동력이 식어가고 새로운 성장 동력도 생기고 있지 않아 절망적이고 심각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가정, 진단, 처방이 모두 잘못됐다"며 "한국의 저출산은 선진국과 다르고 저출산이 문제가 아니고 부양비가 문제며 국민 세금 직접 지원으로는 (해결에)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 저출산 극복 해법은 '4차 산업 혁명'…장년층, 이모작 직업으로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김 교수가 제안한 해법은 '4차 산업 혁명'이다. 현재 한국의 부양 구조가 한 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해야 하는 구조라면 앞으로는 한 명이 인공지능(AI) 2대와 일해 결국 세 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하는 사회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부양받는 55~77세 사이의 장년층이 AI를 이용해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신체 또는 유동 능력이 뛰어난 청년 세대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일모작 직업으로 유인하고, 경험과 판단 능력을 갖춘 장년층은 행정, 사무직과 같은 이모작 직업으로 끌어내 사회에 기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정년 연장은 풍선 효과로 청년 실업 문제가 발생한다"며 "정년 연장은 해봐야 2~3년 늘어나기 때문에 노후대비에 역부족이고, 기술 발전 흐름이 계속되는 상황의 국제사회 속에서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4차 산업 혁명의 성공은 유동 지능 높은 청년이 일모작 직업에 갈수록 앞당겨질 수 있다"며 "높은 고령층이 이모작 직업에 취업해 국민총생산(GDP)을 높이면 청년층은 의료비나 연금을 많이 안 내도 되기 때문에 청년이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모작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부는 미국의 스템교육(과학·기술·공학·수학을 융합한 교육)과 같은 프로그램으로 청년 세대가 혁신적인 직업을 갖도록 해야 한다. 기업은 정년을 앞둔 장년층이 이모작 직업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 기업 내 세대 간 교체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

김 교수는 "과거에는 나이가 들면 전문성이 쌓였는데 디지털 시대는 세상이 빨리 바뀌기 때문에 일모작 직업에서는 기존의 전문성이 오히려 방해가 된다"며 "이를 전제할 때 장년층은 이모작 직업에서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sdk199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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