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캠퍼스 건물 사이 좁은 공간에서 소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웅장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았지만, 척박한 환경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존하고 있었다. 이 나무보다 울창한 산에서 자라는 나무가 더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이필형(65) 동대문구청장이 고려대 재학 시절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읽으면서 인상 깊게 떠올린 장면이다. 획일화를 강요받던 시대에 자유론은 다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려대 캠퍼스 좁은 틈에서 자라던 소나무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랄 권리가 있다.’
인문학 에세이 펴낸 동대문구청장

이필형 구청장이 인문학 에세이 ‘말이 세상을 바꾼다’를 펴냈다. 이 구청장은 14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L-65 동대문아르코에서북콘서트를 개최했다.
이 책은 이 구청장이 삶 속에서 느낀 언어의 가치와 성찰·사유를 담은 책이다. 어린 시절 무심코 들었던 어른들의 한 마디나 그가 만난 유명인사가 그의 마음속에 새긴 언어를 주제로 책을 썼다. 플라톤·소크라테스·막스 베버 등 고전 사상가의 언어를 차용한 본인의 사유를 담백하게 기록했다. 정치인·구청장으로서 행적은 담겨 있지 않다.
자신이 듣고, 뱉고, 되새긴 말들을 반추하며 책을 펴낸 이 구청장은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가슴을 뒤흔든 말 한마디가 내 인생을 바꿨다”며 “말은 단순한 언어가 아니다. 살아 있는 힘”이라고 말한다.
‘말이 세상을 바꾼다’는 지난 7일 교보문고 시/에세이 부문에서 국내 도서 1위에 등극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후에도 꾸준히 일간 집계 3~4위권에 오르내리고 있다. 13일 기준 순위는 4위다. 전문 작가가 아닌 현직 구청장이 발간한 책이 순수 문학 분야에서 전업 작가들과 당당히 베스트셀러 경쟁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14일 책 판매 없는 북콘서트 개최

이날 열린 이 구청장의 출판기념회는 일반적인 정치인·자치단체장 출판기념회 관행을 뛰어 주목받았다. 통상 정치인·자치단체장이 책을 펴내면 결혼식처럼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책을 사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일부 정치인·공무원이 공공연하게 거액을 수수하는 경우도 있다. 출판기념회가 이들의 후원금 통로로 활용돼 정치자금을 모으는 수단이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이 구청장은 이날 북콘서트에서 “책 판매, 정치자금 모금, 수익 기부 등을 전혀 하지 않는 ‘청렴 행사’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후원 봉투를 수금하는 공간도 없었다. 대신 북콘서트 방문객이 스스로 책을 가져올 경우, 이 구청장이 책에 사인을 해주는 일종의 ‘사인회’ 형식으로 진행했다.
이필형 구청장은 “책은 행정 철학을 나누는 수단이지 정치적 도구가 아니다”며 “정직한 기록만으로 소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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