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DJ·정주영 친구였다…미국의 ‘보수 브레인’

2025-07-20

미국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창립자 에드윈 퓰너가 별세했다. 83세. 재단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퓰너의 별세 소식을 전하며 그를 “비전가이자 건설자, 진정한 애국자”로 추모했다.

1941년 시카고에서 태어난 퓰너는 1973년 수도 워싱턴DC에 헤리티지재단을 공동 창립했으며, 1977년부터 2013년까지 37년간 재단을 이끌며 미국 보수주의 정책의 기반을 다졌다. 그는 “사람이 곧 정책”이라는 좌우명을 바탕으로 보수 진영 인재 육성에 매진했으며, “워싱턴에는 영원한 승리도, 영원한 패배도 없다”는 말로 신념과 낙관을 강조했다.

작은 연구소로 출발한 헤리티지재단은 그의 리더십 아래 미국 내 보수 정책의 핵심 기획 기관으로 성장했다. 특히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자유시장경제와 작은 정부, 개인의 자유, 강력한 국방 등 핵심 보수 가치의 정립과 정책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1989년 그에게 미국 최고 민간 훈장인 ‘대통령 시민훈장’을 수여했고, 뉴욕타임스는 그를 “보수주의라는 거대 도시의 파르테논”이라고 칭했다.

퓰너는 2016년 대선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후보의 정책 자문으로 참여했고, 트럼프 대통령직 인수위에도 몸담았다. 재단은 2023년 트럼프의 재집권을 염두에 두고 차기 보수 정부의 국정 청사진인 ‘프로젝트 2025’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공화당 의원 등 미 보수 인사들 사이에선 애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19일 엑스(X·옛 트위터)에 “보수주의 운동의 진정한 거인 중 한명을 잃었다”고 썼고, 앤디 빅스(공화·애리조나) 하원의원은 퓰너에 대해 “보수 가치를 위해 싸운 사자”였다고 평했다.

그는 미국 내 대표적인 아시아 전문가이자 지한파 인사로도 알려져 있다. 200차례 이상 한국을 방문하며 정치·경제계 주요 인사들과 깊은 유대를 쌓았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생전 한미 양국에서 수차례 만나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막역한 사이였다. 현대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오랜 친구였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도 1980년대 초반부터 친분을 이어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등과도 교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아산정책연구원은 “그는 외교정책으로 큰 유산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좋은 친구이기도 했다”며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했다. 퓰너는 별세 전까지 헤리티지재단 산하 아시아연구센터 소장으로 재직하며 ‘정주영 외교정책 펠로’로 활동했다. 그와 정주영 명예회장 간의 우정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직위다.

퓰너는 2023년 말 워싱턴 DC 인근 개인 사무실에서 가진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국은 (미국의) 매우 중요한 파트너로 성장했다”며 “최근 한화해양·현대중공업·SK 등 한국의 모든 조선업체가 미 해군과 함께 들어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10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에 들어가 차를 타면 한강 이남이 온통 논밭이었을 때가 기억난다”며 “지금은 63빌딩이 들어서고 여의도에서 중요한 일들이 이뤄지고 있다. 불과 한 세대 전과 완전히 다른 대한민국이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2002년 퓰너에게 수교훈장 광화장을 수훈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