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89경기 기준 초고속 행보
최근 2년 우승팀과 같거나 좋아
팀승률 역사도 새 이정표 예고
김경문 감독도 개인 이력 도전

2020시즌 NC의 통합우승 감독인 이동욱 티빙 해설위원은 지난 올스타 휴식기에 스포츠경향 야구 유튜브 채널 ‘최강볼펜’과 인터뷰에서 선두 한화를 두고 “무언가 되는 시즌”이라는 촌평을 했다. 이동욱 위원은 전반기 마지막 시리즈 현장 중계 준비 중 김경문 한화 감독과 나눈 대화 한 토막도 소개했다. “김경문 감독님이 ‘전반기에 두 차례 위기가 있었는데, 선수들이 고비를 넘어가는 힘이 생겼더라’는 말씀을 하셨다”며 취재를 통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간 신뢰가 형성된 한화 더그아웃 분위기를 전했다.
이동욱 위원 얘기대로 한화는 올시즌 기로에 설 때마다 노란불이 빨간불로 바뀌기 전 절묘하게 구간을 넘어가곤 했다. 유격수 심우준이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는 ‘재야’에 있던 하주석이 강화된 공격력으로 팀과 본인을 동시에 살리는가 하면 외국인타자 플로리얼 부상 공백으로 빠지자 대체외인타자 리베라토가 더 나은 성적으로 구단을 행복한 고민에 빠뜨리기도 했다. 리베라토는 지난해 외인투수 와이스처럼 대체외인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뒤 정식 계약을 했다. 또 지난 19일 수원 KT전에서는 6회초 쏟아진 비로 6-5 강우콜드 승리도 거뒀다.

한화는 올해 개막 이전부터 5강 유력 후보로 지목됐다. 그러나 시즌 반환점을 훌쩍 지난 이후까지 선두로 내달릴 만큼 힘이 있을 것으로 내다본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구단 내부에서도 기대와 바람을 가질 수 있었지만, 지금처럼 선두싸움을 끌어가는 고속 질주를 할 것으로는 계산하지 못했다.
판이 뒤집혔다. 한화는 지난 19일 현재 89경기를 치른 가운데 승률 0.621(54승2무33패)로 2위 LG를 5.5게임차로 밀어냈다. 사실 KIA가 일어서고, 롯데가 버텨내는 등 중상위권으로 여러 팀이 모이는 전반기 막바지 구도로는 선두 팀 승률이 5할 후반대를 뚫고 나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으나 한화는 올스타 휴식기 전후로 연승으로 흐름을 크게 흔들며 6할대 승률로 올라섰다.
최근 몇 시즌 통합우승팀 레이스와 비교해도 처지지 않는다. 지난해 챔피언 KIA는 89경기를 통과하는 구간에서 승률 0.598(52승2무35패)를 기록했다. 한화는 지난해 KIA보다 나은 승률로 100경기 고지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KIA는 이후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한 끝에 승률 0.613으로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2023시즌 통합우승의 축배를 든 LG는 그해 89경기를 치르는 동안 승률 0.621(54승2무33패)를 올렸다. 공교롭게 올해의 한화와 구간 성적이 똑같다.
한화는 구단 역사에도 남을 낯선 승률 고지에 도전 중이다. 한화는 빙그레 이글스 시절이던 1992년 승률 0.651을 기록한 뒤 한 차례도 정규시즌 6할 승률을 넘어보지 못했다. 양대리그 체제에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1999년에도 정규시즌 승률은 0.554로 압도적인 수치는 아니었다.

한화는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의 김응용 감독이 사령탑이던 2013년 승률이 0.331까지 떨어진 데 이어 2022년에는 승률이 0.324까지 주저앉는 등 구단 역대 불명예 승률을 갈아치우는 시간을 보냈으나 올시즌은 선수단 전체의 시선이 바닥이 아닌 하늘을 향해 가고 있다.
김경문 감독 또한 개인 감독 이력에 새로운 승률 달성이 가능하다. 김경문 감독은 2000년대 중후반, 2010년대 중반 각각 두산과 NC 사령탑으로 선두 싸움을 종종 했지만 개인 최고 승률은 2015시즌 0.596으로 승률 6할 훈장은 달아보지 못했다. 전체 시즌 의 판세를 쥐고 가는 한화뿐 아니라 김경문 감독도 조용한 도전을 하고 있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