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0명 중 7명은 태풍, 폭우, 폭염, 폭설 등 자연재해 상황에서 스스로 작업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7일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자연재해 상황에서 직원이 스스로 판단해 작업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73.9%였다고 20일 밝혔다. 20대(83.1%), 프리랜서·특수고용(82.2%), 300인 이상 사업장 근무자(80.6%) 등에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상위 관리자급의 응답률은 62.9%로 타 직급보다 10%포인트가량 낮았다.

직장갑질119는 “폭염 등 자연재해 상황에서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는 내용의 상담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휴식·휴가를 보장하지 않거나 작업장 온도를 부적절하게 맞추는 사례를 소개했다. 직장인 A씨는 “기관에서 날씨 문제로 휴가를 사용하는 직원이 많아지면 관리자에게 휴가자 비율을 낮추라는 지시가 내려오곤 한다. 기상 악화로 출퇴근이 어려워진 직원에게 개인 휴가 사용을 강요하기도 한다”고 했고 직장인 B씨는 “1층은 직원들이 일하는 생산 현장이고 2층은 사장과 사장 자녀인 임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이다. 사장이 에어컨선을 분리해 1층에서는 에어컨 사용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노동자 판단에 따라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도록 작업중지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노동자들은 징계·해고·손해배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법에 적시된 ‘급박한 위험’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하고 작업 중지를 한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준 사업자에 대해 처벌 조항도 없다. 작업 중지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보전할 방법도 마련돼 있지 않다.
이다솜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폭염, 한파 같은 자연재해의 경우 당시의 기상 상황뿐만 아니라 사업장의 작업 환경, 노동자 당사자의 신체·건강 조건에 따라 스스로 작업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작업중지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