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 대신 '패브릭' 입은 로봇…AI, 디자인을 만나다

2025-11-12

12일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디자인 종합박람회 ‘디자인코리아 2025’ 전시관 한쪽에서는 쉼 없이 움직이는 로봇팔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스튜디오 랩의 포토 로봇 ‘젠시 피비(GENCY PB)’는 사람의 얼굴과 동선을 인식해 자동으로 구도를 잡고 촬영하는 인공지능(AI) 자동화 로봇이다. 체험객이 몸을 돌리거나 포즈를 바꾸면 로봇팔이 부드럽게 움직이며 각도를 조정해 자연스러운 장면을 포착했다. 스튜디오 랩은 로봇 촬영 기술을 기반으로 AI 미디어아트, 브랜드 맞춤형 사용자 경험(UX) 디자인을 결합한 인터랙티브 포토 스튜디오 솔루션을 선보였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 하면서 디자인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최근 디자인은 단순한 외형 설계를 넘어 AI 기술을 실제 제품·서비스에 구현하는 매개체로 진화하고 있다. 이날부터 16일까지 진행되는 ‘디자인코리아 2025’에서는 AI와 첨단 기술이 만들어가는 미래 디자인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AI와 디자인 결합은 로봇·자율주행 차량 등 미래 산업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홍익대학교 디자인 랩 ‘헤이 테이트(HEY TATE)’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협업해 AI 반려로봇 ‘알프레드(AlFred)’를 공개했다. ‘AI 라이프’를 주제로 한 이 작품은 인간과 AI의 공존을 위해 스마트 패브릭 등의 감성적인 디자인과 휴머노이드 기술을 결합했다. 헤이 테이트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음성·언어 인식 기술을 접목해 AI 시대의 새로운 생활 방식을 제안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각진 형태의 기존 휴머노이드와 달리 부드러운 곡선으로 디자인해 차가운 느낌을 줄인 모습이다.

자동차 부품사 서연이화는 AI 기반 전기 세단 콘셉트카 ‘오아시스 비전 2030’의 선행 디자인을 내세웠다.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차량 내부는 명상·주행·휴식 등 모드에 따라 조명과 공간 구조가 자동으로 변하는 AI 인터랙티브 시스템을 적용했다. 또 자율주행 모드에서는 UX 디자인을 고려해 좌석이 이동하며 탑승자의 편안함을 극대화하는 기능을 구현했다.

가전업계에서도 AI와 디자인 간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공간 인식 AI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패널 ‘스페이셜 사이니지(Spatial Signage)’를 전시했다. 현장에서는 AI가 관람객의 위치를 감지해 밝기와 깊이감을 자동 조절하는 디스플레이에 “평면 화면에서 입체감이 느껴진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디자인진흥원은 이번 행사를 통해 AI 산업이 확장되면서 디자인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점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로봇·자동차·가전 등 다양한 산업에서 AI 기술이 실제 사용자 경험으로 구현되는 과정에 디자인이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를 담아 디자인진흥원은 조선시대 신기술과 그에 맞는 디자인이 결합된 해시계인 ‘앙부일구’가 설치된 11월 2일을 ‘디자인의 날’로 선포하고 매년 이를 기념하기로 했다.

윤상흠 디자인진흥원 원장은 “디자인은 미적인 기능을 뛰어넘어 기술과 사회, 인간을 잇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힘”이라며 “디자인코리아가 그 변화를 보여주는 현장으로 많은 디자이너, 기업의 미래 전략 수립에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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