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새벽배송 제한 주장에 ‘알리프레시’ 부상 맞물리며 ‘中 유통공룡 잠식론’ 확산
“쿠팡의 새벽배송이 사라지면, 중국 알리바바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겁니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 주요 아파트 단지 커뮤니티와 맘카페, SNS 등에는 이 같은 경고성 게시물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심야(0~5시) 배송 제한’을 주장하자 소비자들 사이에선 이른바 ‘새벽배송 금지 포비아’가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쿠팡과 마켓컬리 등 국내 유통 플랫폼이 위축되면, 신선식품 배송 시장을 노리는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빈틈’을 파고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같은 날 벌어진 ‘2개의 선언’
14일 유통 및 택배업계에 따르면 한쪽은 “새벽배송을 금지하자”, 다른 한쪽은 “신선식품 배송을 시작하겠다.” 우연처럼 겹친 두 움직임이 시장의 불안을 자극했다.
민주노총 택배노조는 지난달 22일 “택배기사의 과로를 막기 위해 0~5시 초심야 배송을 제한해야 한다”며 사회적 대화기구에 공식 입장을 제출했다.
같은 날, 알리익스프레스는 신세계그룹과 합작법인을 통해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 ‘알리프레시(Alifresh)’를 출범시켰다.
이 ‘시간적 겹침’은 소비자 커뮤니티 등에서 즉각 반향을 일으켰다.
한 인기 맘카페에는 “쿠팡이 금지되면 알리가 택배기사까지 중국 인력을 쓸 것”이라며 “우리 아파트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중국인 택배기사가 다 알게 될지도 모른다”는 글이 올라 1만회 이상 공유됐다.
또 다른 글에는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이 이미 온라인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물류까지 넘어가면 한국 유통은 끝”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쿠팡 무너지면 그 자리는 알리가 메운다?”
소비자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는 새벽배송이 단순한 ‘편의 서비스’가 아닌 국내 유통 인프라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쿠팡은 ‘로켓프레시’, 마켓컬리는 ‘샛별배송’으로 새벽배송 시장을 개척하며 고용·세수·물류 인프라 투자를 국내에서 직접 수행해왔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물류센터 설립을 준비 중이지만, 아직까지는 배송망 대부분을 외주나 해외 인력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벽배송이 금지될 경우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 △해외 플랫폼의 점유율 급등 △고용·세금 유출 등의 부작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달 기준 월간 이용자 수(MAU)가 909만명, 직구 시장 점유율이 37.1%에 달한다.
업계 2위 수준으로, 이미 한국 온라인 시장에서 영향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알리, 물류센터 구축 본격화…“새벽배송 준비 중”
현재 새벽배송 문제를 논의 중인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에는 국토교통부·민주노총·여당·쿠팡·CJ대한통운·마켓컬리 등이 참여하지만,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해외 이커머스는 제외돼 있다.
정치권 역시 이들 기업에 별도의 참여 요청을 하지 않은 상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이용자 1000만 명을 넘어서며 시장 영향력이 커진 만큼, 이들도 한국 내 노동·물류 구조 논의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기업만 규제하고 해외 플랫폼은 빠지는 것은 형평성 문제”라고 지적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히며, 이 중 2600억원을 대규모 통합 물류센터 구축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신세계그룹과의 합작법인을 통해 SSG닷컴 물류망 일부를 활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선식품 시장 진입은 결국 새벽배송 인프라 구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중장기적으로 알리가 한국 내 ‘로켓배송형’ 모델을 가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새벽배송 금지 땐 사회적 손실 54조원”
민주노총의 ‘새벽배송 제한’ 주장에 대해 현장 기사와 소비자단체, 학계 모두 반발하고 있다.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사 2405명 중 93%가 금지에 반대했다.
학계 연구에선 새벽배송 중단 시 최대 54조원의 사회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난 12일 국회 기후노동위원회에서 “정부가 새벽배송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질의에 “그럴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논의는 필요하다”고 답했다.
결국 이번 논란은 단순히 새벽배송의 ‘노동시간 문제’를 넘어 한국 유통산업의 ‘경쟁력과 주권’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국내 기업은 규제에 막히고, 해외 플랫폼은 규제 밖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지금 ‘새벽배송 금지’ 논의는 단순한 노동정책을 넘어 대한민국 유통산업의 방향성을 가르는 갈림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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