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의 더 사람+
왼손 피아니스트 이훈님은 선화예중과 선화예고에서 피아노를 배우고 독일로 유학을 간 촉망받는 피아니스트였습니다. 독일을 거쳐 네덜란드에서,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신시내티음대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쓰던 2012년 어느 날 갑자기 ‘도둑처럼 찾아온’ 뇌졸중이 그를 덮쳤습니다.
이로 인해 왼쪽 뇌의 60%를 들어냈고, 오른쪽 팔과 다리는 마비되었습니다. 언어장애로 하고 싶은 말도 입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피아노 연주는커녕 기본적인 일상생활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상상도 하지 못한,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닥친 불운을 담담히 인정하고 인내했습니다. 타고난 긍정성으로 무장한 그는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씩 늘려갔습니다. 피눈물 나는 재활의 시간을 거쳐 그는 쓰러진 지 4년 만에 다시 건반 앞에 앉았습니다. 왼손만으로 말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내게는 여전히 희망이 99%다”라고…. 그래서 매일매일 건반 위에 희망을 그려나가는 그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은 ‘기적의 왼손 피아니스트’입니다. 기적의 왼손 피아니스트 이훈님의 이야기가, 그의 곁을 지켜준 이들의 이야기가 희망이 필요한 우리 시대에 맑은 샘물처럼 전해지리라 생각합니다.

독자 김장환
만나기로 정한 시간보다 이르게 도착했다.
그가 당도하기 전
미리 사진 찍을 준비를 해둘 요량이었다.
하나,
문을 열고
피아노가 있는 홀로 들어서자
연주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왼손 피아니스트 이훈,
바로 그의 연주였다.

사람보다 먼저
연주를 만난 터였다.
이후 첫인사,
물론 왼손 악수였다.
그리고
인터뷰를 위해 무대에서 내려오는 길,
그의 손을 잡고 부축해야 했다.
그에겐
두 계단을 내려오는 일조차 벅찬 터였다.
먼저
2012년 그날의 기억을 되짚었다.


뇌졸중이었다.
왼쪽 뇌를 60%를 덜어내야 하는 수술 후,
깨어난 건 10일 만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