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수가없다' 아카데미 한 걸음 더...골든 글로브 작품상 후보

2025-12-09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의 행보가 그랬다. 2020년 1월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 부문 작품상을 수상했다. 예상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다른 부문이 아니고 외국어영화상 부문이었으니 조심스런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현실이 됐던 것이다.

그리고 딱 한 달 뒤인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물론 이때도 기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국제장편영화상 수상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태평양 건너 LA에서 전해진 소식은 국제장편영화상은 물론, 그랑프리인 작품상과 감독상, 그리고 각본상까지 무려 4개부문 석권이었다.

그리고 지난 8일 늦은 밤, 데자부같은 소식이 미국에서 전해져 왔다. 이번에는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다. 내년 1월 열릴 제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후보에 올랐던 외국어영화상은 물론 골든 글로브의 그랑프리인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 후보다. 게다가 '기생충'도 넘보지 못했던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병헌의 이름도 올랐다.

'어쩔수가없다'는 작품상을 놓고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를 비롯해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부고니아',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블루 문',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또 다른 작품인 넷플릭스 영화 '누벨 바그', 조시 사프디 감독의 '마티 슈프림'과 경쟁을 벌인다. 좀 더 반가운 건 LA의 영화계에서는 이 중에서 '어쩔수가없다'를 세 손가락 안에 꼽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어쩔수가없다'가 실제 골든 글로브의 작품상을 수상하는 것 이상으로 기대감이 드는 것은 내년 3월 15일 열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다. 골든 글로브가 아카데미의 전초전이라는 것은 이미 영화계의 상식, '어쩔수가없다'가 외국어영화상이든, 작품상이든 골든 글로브를 수상한다면 아카데미에서 수상 가능성은 더 높아지겠지만 설령 골든 글로브를 수상하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노미네이트됐다는 것만으로도 아카데미 노미네이트는 보다 현실이 될 것이다.

그런데 심지어 '어쩔수가없다'는 '기생충'보다 한 걸음 더 걸었다. 외국어영화상 수보도 아닌 작품상 후보라는 것, 게다가 이병헌이 남우주연상 후보라는 것은 '기생충'에게 걸었던 것 이상의 기대를 걸 수 있는 부분이다. 게다가 '기생충'이 열어놓은 비영어권 영화에 대한 아카데미의 편견도 이미 깨진 상황.

물론 '기생충' 때보다 더 좋지 않은 여건은 있다.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를 석권한 후 이에 대해 좋지 않은 평가를 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도 미국의 대통령이라는 점은 미국 영화계가 또 다시 미국 밖의 영화, 그것도 비영어권 영화에 상을 주는데 부담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요소로 볼 수 있다.

긍정적인 신호와 부정적인 여건은 공존하지만, 아무튼 '어쩔수가없다'는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화로 떠오른 후 계속 이어져 오던 아카데미에 대한 기대감이 현실화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골든 글로브에서 '어쩔수가없다'와 작품상을 놓고 경쟁하는 작품들 중 미국 영화계에서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를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힌다. 9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일찌감치 이 영화를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외의 결과는 언제든지 있을 수 있는 것. 2020년 3월에 벌어진 '기생충'의 기적은 이미 그것 보여줬다. 그래서 '어쩔수가없다'의 골든 글로브 작품상 노미네이트는 2026년 3월의 또 다른 기적에 대한 기대감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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