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00억 이상 안전비용 투입하고 경영진 직접 점검
[미디어펜=조태민 기자]정부가 잇따른 중대재해 사고로 건설사에 ‘면허 취소’ 등 강력한 징벌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건설업계가 빠짝 긴장한 모양새다. 건설사마다 다양한 안전 대책을 내놓으며 무재해 달성을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안전비용을 줄여 수익을 낸다’는 인식에 대해서는 억울함을 호소한다. 오히려 안전관리 비용을 아끼는 것보다 안전사고로 인한 손실이 더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예상치 못한 사고마저 모두 건설사 책임으로 몰아세우기에 앞서 정부도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대우건설에 따르면 이 회사는 매년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안전보건예산으로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3년 1448억 원, 2024 1350억 원, 2025년 1325억 원이 안전보건예산이다. 전체 예산은 줄었지만, 건설불황으로 현장이 줄어들어 예산이 조정된 것일 뿐 현장별로는 오히려 2023년 9억4600만 원에서 올해 12억400만 원으로 상승했다는 게 대우건설측 설명이다.
특히 대우건설은 지난 2023년 개발한 모바일 기반 안전관리 앱 ‘스마티’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현장 소장 순회점검 강화, 작업 중지권 등록 절차 간소화 등 현장에서의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또 협력 회사에 대한 안전보건 관련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다국어 교육 영상 제작, 아차사고 발굴 및 현장 전 구성원 작업 전 TBM 참석 의무화 등 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지난 2022년부터 안전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CSO 조직 시공혁신단을 운영하고 경영진이 직접 정기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안전담당자가 CCTV 통합관제센터와 드론 등 장비를 활용, 실시간으로 현장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체계를 갖췄으며, 현장 작업조건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가능한 IoT 기반 온열질환 대응 플랫폼도 구축했다.
한화 건설부문도 건설현장 안전 예방에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매년 지켜야 할 법정 안전비용 외에 추가적으로 ‘안전보건강화비’를 책정, 현장에서 비용의 문제로 안전조치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다. 특히 고위험 통합관제시스템 ‘H-HIMS’를 통해 전국에 있는 고위험 작업 현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등 사고 예방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역북부역세권 현장 내 설치된 건설안전보건센터를 통해 디지털 기반 현장 중심 사전 예방 체계도 운영 중이다.
이처럼 건설사들은 안전을 회사의 존폐가 달린 필수 투자로 인식하며 매년 강화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와 국회는 현장의 안전관리 실태는 개선하지 않은 채 형식에 치우친 대응만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의 사망사고 저감활동에 대해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현장 상황에 맞는 현실적 대안을 먼저 제시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전비용을 줄여 수익을 낸다’라는 왜곡된 인식에 대해서는 “안전관리 비용을 아끼려고 사고 예방에 소홀한 회사는 어디에도 없다”며 일축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공공사는 예정가격에 실비 기준으로 안전관리비가 별도 책정되며 안전비용을 절감해도 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민간공사도 안전관리비가 계약서에 명시돼 있고 목적 외 사용 시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큰 비용을 투입하고 철저하게 안전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는 늘 상존하고, 이로 인한 책임을 오로지 건설사만 지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