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총수의 귀환…정용진·신동빈, e커머스 반격 시동

2025-11-12

국내 유통 대기업 총수들이 고배를 마셨던 e커머스 사업 재건을 위해 다시 일선에 등판했다. 쿠팡-네이버 플랫폼 기업이 양분한 e커머스 시장에 전통 유통 대기업들이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알리바바그룹 합작사(JV) '그랜드오푸스홀딩' 이사회 초대 의장을 맡기로 했다. 정 회장이 계열사 등기 임원에 오르는 것은 지난 2013년 신세계·이마트 사내이사에서 사임한 이후 12년 만이다.

정 회장은 그룹 중추인 이마트에서도 미등기임원에 머물러 있다. 유일하게 JV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은 그만큼 JV가 향후 신세계그룹가 해쳐나갈 항로에서 중요한 위치에 놓여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올해 초 신세계-알리바바가 JV 경영진 구성을 협의하던 단계에서는 정 회장 참여가 논의되지 않았다. 최측근이었던 김민규 전 부사장이 JV 설립 과정을 총괄하다가 지난 5월 회사를 떠나자 정 회장이 직접 화상 회의에 참여하며 논의를 주도해왔다. 이후 의장직을 결심한 것으로 파악된다.

e커머스 사업을 알리바바에 넘겨준다는 일각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한 결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5명으로 구성되는 JV 이사회 과반은 알리바바가 가져간다. 다만 상징성이 큰 의장직을 정 회장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이마트 출신 장규영 상무가 맡는 만큼 균형감은 맞췄다는 평가다. 같은 맥락에서 신세계그룹은 주요 사안 의사결정 또한 이사회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삼는다고 강조했다.

그룹 기획·전략 파트 핵심 인사들도 모두 투입돼 JV 성공에 총력을 쏟는다. 지마켓 모회사였던 아폴로코리아는 박종훈 이마트부문 기획전략본부장 상무를 대표 이사로, 김혜경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기획팀장 전무와 김태우 경영전략실 관리팀장 상무보를 각각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아폴로코리아는 향후 JV와 소통하는 신세계그룹 창구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 회장의 직접 등판으로 유통 맞수 신세계·롯데 모두 총수가 e커머스 재건을 직접 이끌게 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지난 3월 롯데쇼핑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12년 만에 대표이사로 복귀한 바 있다. 신 회장은 영국 리테일 테크 기업 오카도와 협업해 선보인 '롯데마트 제타'를 앞세워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과거 신세계와 롯데 모두 e커머스 사업에 나섰다가 쓴 맛을 본 기억이 있다. 이미 종합 e커머스 시장에서 쿠팡과 네이버가 우위를 차지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각각 글로벌(지마켓), 그로서리(롯데마트 제타)라는 차별화 전략을 꺼내든 모습이다. 정 회장은 3조4000억원을 투입해 인수한 지마켓의 재건, 신 회장은 약 1조원을 투자한 오카도 협업 솔루션의 성과를 이끌어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다. 두 그룹 모두 총수가 직접 등판한 만큼 내년부터 e커머스 시장 공략에도 다시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전통 유통 대기업들이 쿠팡·네이버와 붙었던 첫 번째 라운드에서 자존심을 구기고 절치부심해 두 번째 라운드에 임하는 양상”이라며 “인공지능(AI) 쇼핑이라는 패러다임 전환 시기에 맞춰 글로벌 기업과 손을 잡고 총수가 직접 나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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