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처방받은 약, 약국서 바뀔 수도" 대체조제 간소화, 뭐길래 [안경진의 약 이야기]

2025-11-01

병원 진료를 받고 의사에게 의약품 처방까지 받았는데, 약국에서 다른 제품으로 바뀐다면 어떨까요? 지난달 26일 약사의 대체조제 사후통보 방식을 간소화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보건의료계가 시끄럽습니다. 대체조제라는 용어만도 생소한데 사후통보 간소화라니 일반인 입장에선 쉽사리 이해가 가질 않죠. 환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의사단체의 주장을 듣고 있자면 덜컥 겁이 날 정도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대체조제란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 대신 약사가 동일 성분·함량의 다른 제품으로 바꿔 조제하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의사가 A제약사의 고혈압약을 처방했는데, 약국에서 B제약사가 만든 동일 성분의 고혈압약을 주는 경우죠. "같은 성분이면 문제 없는 거 아닌가?" 싶은데, 여기에 의약계의 뜨거운 논쟁이 숨어 있습니다. 사실 대체조제는 이미 현행법상 가능합니다. 약사가 처방전에 기재된 의약품을 대체 조제한 경우 3일 이내에 의사에게 전화나 팩스로 통보하도록 명시되어 있거든요. 대체로 처방 의약품의 재고가 약국에 없을 때 대체조제가 활용됩니다. 실제 코로나19가 극심하던 시절 '타이레놀' 품귀 현상이 빚어졌을 때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제네릭(복제약)으로 대체조제가 활발하게 이뤄졌죠.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통보 절차를 보건복지부의 ‘대체조제 정보시스템’을 통해 사후 통보할 수 있도록 간소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시스템 업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하게 되죠. 겉으로 보기엔 단순히 행정 절차가 개선된 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의료 현장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약사들은 이번 개정안을 환영하는 분위깁니다. 약국 현장에서 복잡한 서류 작업이 줄어들면 행정 효율성이 높아지고, 약사들이 환자 상담 등 본연의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거죠. 그동안은 대체조제가 가능하더라도 이를 의료기관에 통보하기가 적잖은 부담이었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대한약사회는 무엇보다 환자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란 평가를 내놨죠.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가격이 저렴한 제네릭으로 대체조제를 받으면 약값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되니, 환자의 선택권이 확대된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의사사회, 특히 개원의사들은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의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제네릭 의약품의 생동성(생물학적 동등성) 문제입니다. 생동성시험을 통과했다는 건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혈중농도가 80~125% 범위 내에 있다는 의미입니다.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동일 성분이라도 복제약 간 약효 차이가 최대 45%에 이를 수 있다는 얘기죠. 특히 항암제나 항간질제, 면역억제제 등 좁은 치료역을 가진 약물의 경우 혈중농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치료 효과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약물 대사 능력이 떨어져 있는 노인 환자의 경우 같은 성분이라도 제품이 바뀌면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제적도 제기되죠. 박근태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같은 생동성 시험을 거친 약에 대해 다른 반응을 보이는 환자도 있다"며 "환자 본인이 의사 처방과 다른 약을 복용한단 사실을 인지할 수 있도록 대체조제 동의서를 받고, 약 봉투 표면에 '대체조제' 사실을 표기하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약사가 대체조제 내용을 통보하는 기한 역시 현행 '3일'이 아닌 '1일' 이내로 더욱 엄격히 바꿔야 한다고요.

물론 의사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속내에는 '처방권 침해'에 대한 우려가 클 겁니다. 대체조제가 수월해지면 성분명처방이 허용되는 것 아닐까 불안해하는 심리도 깔려있죠. 대체조제된 의약품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반면 약사회는 "생동성시험을 통과한 제네릭 의약품은 효능과 안전성이 식약처로부터 인정받은 만큼, 대체조제의 안전성 문제는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의사, 약사 간 이권 다툼보다 중요한 건 국민의 안전이겠죠. 대체조제 절차가 간소화되는 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국민의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한 안전장치에 관한 논의는 필요해 보입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약국에서 약을 받을 때 처방전과 다른 제품인지 확인하고, 다르다면 왜 바뀌었는지 문의해 보는 것이 좋겠죠. 만약 평소 먹던 약과 다른 제품을 복용한 후 이전에 경험한 적 없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의사나 약사와 상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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