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각수 전 주일대사 "국제 혼돈 속 한·일 협력은 시대적 요구"

2025-09-17

“혼돈의 국제질서 속에서 한·일 협력은 시대적 요구다. 신뢰와 지속성을 바탕으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한·일 2030 비전 그룹'의 한국 측 좌장인 신각수 전 주일 대사와 일본 측 좌장인 기타오카 신이치(北岡伸一) 도쿄대 명예교수는 지난 11일 서울과 도쿄를 화상으로 연결해 진행한 대담에서 "복합 위기 시대에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수혜자인 한·일이 협력해 국제적 소임을 다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한·일 전문가 각 10명이 참여한 2030 비전 그룹은 지난 1년 반의 협업을 통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 양국 간 협력 방향과 미래비전을 담은 보고서를 18일 공개한다. 9개 분야 48개 제언은 확장억제 협력,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등 실질적인 내용을 담았다. “3월 1일 독립선언일에 일본 정부 대표가 파고다공원의 독립선언기념탑을 찾아 헌화와 묵념으로 경의를 표할 수 있다”는 제안도 포함됐다.

대담 사회는 일본 측 간사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일본 게이오대 교수가 맡았다. 한국 측 간사인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배석했다. 다음은 대담 요지.

Q. 한·일의 지난 60년 발자취를 어떻게 평가하나

▶신각수= 한·일 관계는 지난 60년간 여러 차례 위기를 겪었지만 전반적으로 우상향의 발전 경로를 밟아왔다. 다만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잃어버린 10년' 동안 관계 악화의 후유증이 남아 있다. 60년은 성숙의 시기인 ‘이순(耳順)’에 해당하는 만큼 건전하고 안정된 한·일 관계가 동아시아와 세계의 닻(anchor) 역할을 해야 한다.

▶기타오카= 1945년 해방 이후 1965년 한·일 기본조약 체결까지 20년이 걸렸다. 한국은 전쟁, 개발독재, 민주화, 경제성장을 거치며 일본에도 영향을 줬다. 2000년대 중반 유엔 대표부에서 근무하며 양국 입장의 80%는 일치한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서로 대립하는 20%만 부각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Q. 국제정세가 혼란스럽다.

▶기타오카= 전후 국제사회를 이끈 두 원칙은 '무력이 아닌 평화적 해결 지향'과 '자유무역'이다. 한·일 양국은 이 원칙의 최대 수혜자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세를 사실상 무력으로 사용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등으로 이런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신각수= 동아시아 전략환경 악화 요인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기반 약화, 미국의 동맹 정책의 변화, 동아시아 위협의 심화 등 세 가지다. 북핵 고도화, 중국의 공세적 외교·안보 정책, 북·중·러 연대 강화가 모두 위협 요인이다. 한·일이 포스트 탈냉전 시대의 혼돈과 다중위기에 대응해 더욱 손을 맞잡을 때다.

Q. '한·일 2030 비전 그룹' 보고서의 제목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구축'으로 설정했다.

▶신각수= 한·일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양국 관계를 넘어서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매우 중요한 축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제때 구축하지 못한 건 만시지탄이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에서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은 각개격파를 당하고 있지 않나. 이는 한·일 관계의 '잃어버린 10년'의 기회비용이라는 생각도 든다.

▶기타오카=트럼프처럼 '자국 우선주의'를 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는 나라는 중국·러시아·인도 정도다. 한국·일본 등 여타 국가에겐 다자 협력만이 안정을 찾는 길이다. 한·일 관계를 토대로 동남아 국가를 끌어들이고 호주까지 함께 하는 서태평양 연합을 제안한다.

Q. 한·일 관계가 나아갈 방향은.

▶신각수= 인접국 간에 불가피한 여러 갈등 요인에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협력의 중점이 양자·과거·중앙·기성·정부에서 다자·미래·지방·청년·민간으로 확산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역사 화해와 신뢰 축적은 필수다.

▶기타오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중심축과 바큇살'(hub and spoke) 동맹 체제에서 벗어나 한·일이 직접 협력하는 시스템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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