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누웠을까?’

2025-11-12

김승종 논설실장

‘초상지풍필언(草上之風必偃)’, 바람이 휘몰아치면 풀은 알아선 눕는다’는 뜻이다.

바람이 거세게 불면 풀은 자연스럽게 드러눕는 현상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문장이다.

계강자가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서 물었다. “무도한 사람을 죽여서 도를 세운다면 어떻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공께서 정치를 하는 데 어찌 살(殺)을 쓰려 합니까? 공이 선해지면 백성들도 선해질 것입니다. 군자의 덕은 바람이고 소인의 덕은 풀입니다. 바람이 풀 위에 불면 풀은 반드시 눕습니다.”

이 대화에서 공자는 계강자를 군자로 치켜 세우면서 군자의 덕은 바람이고, 백성들을 소인으로 낮춰 소인들의 덕은 풀로 비유하면서 권력자들이 형벌로 무고한 백성들의 목숨을 빼앗는 것을 막고자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군자의 덕은 바람(君子知德風)과 같고, 백성들의 덕은 풀(小人之德草)과 같아서 윗사람이 먼저 바르게 행동하면 아랫사람도 바르게 된다는 가르침이 담겨있다,

▲신영복은 그의 저서 ‘담론’에서 시경(詩經)에 나오는 대구(對句)인 ‘수지풍중초부립(誰知風中草復立)’을 묶어 다른 의미로 뜻풀이를 했다.

담론의 내용이다. “초상지풍필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눕는다.”(중략) “위정자들이 백성들을 풍화(風化)하고 덕화(德化)한다고 하지만 백성들은 반대로 노래로써 풍자(諷刺)했습니다. 바람이 불면 물론 풀이 눕기는 하지만 그건 일시적입니다. 다시 일어섭니다.” “그래서 초상지풍필언에 대구를 달고 있습니다. 수지풍중초부립이라 풍자합니다. 수지(誰知), 누가 알랴. 너는 모르지? 이런 뜻입니다. ‘바람 속(風中)에서도 풀이 다시 일어서는 걸(復立) 너희는 모르지?’라는 대구입니다.”

담론에서 풀은 바람이 불면 어쩔 수 없이 눕지만 바람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는 백성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강조한 것이다.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이 대장동 개발 비리의 항소를 포기한 후 ‘법무부 외압’을 둘러싼 의혹이 진실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노 대행은 당초 법무부 차원의 강한 압력이 있었음을 시사했다가 ‘자신의 책임 하에 내린 결정’이라고 번복했다.

그렇다면 노 대행은 바람 한 점 없었는데 자진해서 드러누웠다가 바람 때문에 누울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했단 말인가.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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