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독점에 막힌 혁신

2025-11-02

컬러렌즈 시장은 성장 중이지만 경쟁이 멈춰있다. 1위 사업자 오렌즈가 전국 안경사 네트워크를 통해 유통 구조를 사실상 독점했기 때문이다. 후발주자는 발을 들이기조차 어려웠다.

윙크는 고착된 구조를 바꿔 시장 진입을 시도했다. '의료기기'라는 기존 틀 안에서, 소비자 편의와 안경사의 수익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방식을 설계했다.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렌즈를 예약하고, 오프라인 안경원에서 수령·결제하는 합법적 새 모델이었다.

기존 유통망을 흔들자마자 1위 사업자의 견제와 고발이 잇따랐다. 안경사들만이 도수 렌즈를 판매할 수 있다는 법을 어기고 이들의 거래를 '알선'했다는 것이 골자였다. 다행히 경찰과 검찰 모두 불기소와 무혐의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이후에도 이의 제기는 끊이지 않았다.

오렌즈는 지난 수년간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 특정 브랜드가 시장 전체를 키웠다는 공로는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그 성공이 '다른 사업자는 들어오지 말라'는 신호로 작동한다면 그 피해는 비싼 가격과 제한된 선택권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이는 새로운 모델이 시장에 들어설 때마다 반복되는 한국식 관행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독점이 이어지는 한, 새로운 아이디어는 언제나 '불법성 논란'부터 통과해야 한다.

규제의 목적이 안전이라면 모두가 지켜야 한다. 그러나 그 규제가 '기득권 유지'로 쓰이는 건 아닌지 짚어봐야한다. 단순한 브랜드 간 다툼이 아니다. 새로운 플레이어가 합법적으로 시장에 들어올 수 있느냐, 나아가 한국이 '독점 구조의 울타리'를 넘어설 수 있느냐를 묻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제도는 낡은 구조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더 나은 선택권을 주는 시도를 혁신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시장은 성장할 것이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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