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산층 소득세 인하 방안이 '부자 감세'라는 비판을 받으며 정치적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멜로니 정부는 최근 몇 년간 고공행진을 거듭한 인플레이션 때문에 구매력이 크게 떨어진 중산층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야당과 노동단체 등은 이번 감세안으로 고소득층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멜로니 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감세안 초안은 연소득 2만8000~5만 유로(약 4750만~8500만원) 구간의 세율을 현재의 35%에서 33%로 낮추는 방안이 담겼다.
자르카를로 조르제티 재무장관은 "이번 감세로 매년 약 1300만명의 납세자가 혜택을 볼 것"이라며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산층 가정의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멜로니 정권은 이번에도 부자들을 돕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탈리아 최대 노동조합 단체인 이탈리아노동총연맹(CGIL)은 다음달 12일 전국 총파업을 예고했다.
멜로니 총리는 "좌파는 월 2400유로를 벌고 아이 셋을 둔 사람을 부자라고 부른다"며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들은 열심히 일하며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조르제티 재무장관도 "연소득 5만 유로인 사람을 부자라고 하는 것은 통계청 등 일부 기관의 시각이 왜곡돼 있기 때문"이라며 "감세는 부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소득을 버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멜로니 정부가 이 같은 감세안을 추진하는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국민적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초 이탈리아의 실질임금은 지난 2021년 초보다 7.5% 낮아졌다. 이는 OECD 주요국 중에서 가장 큰 하락폭이라고 FT는 말했다.
로마에서 체육교사로 일하고 있는 로몰로 토치 디 마르코는 "평균 연봉이 약 3만 유로 정도인 교사들은 이제 음식이나 의료 같은 기본 지출조차 줄여야 하는 형편"이라며 "휴가는 엄두도 못내는 사치"라고 말했다.
남부 카세르타 인근 공립병원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알폰소 란돌피는 "지난 10~20년간 공공부문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는 계속 떨어졌다. 이제는 여행과 여가, 외식 같은 사회 생활은 거의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30년 경력을 갖고 있음에도 세전 월소득은 2000 유로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번 감세안이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는 중산층이 받는 혜택이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독립기관인 의회예산국 분석에 따르면 감세 혜택은 상위 소득자(주로 관리자)의 경우 연간 약 408 유로, 사무직은 123 유로, 생산직 근로자는 23 유로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FT는 "이번 감세안 효과의 절반 가량은 소득이 4만8000~20만 유로 구간의 상위 8% 납세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이들의 소득 중 5만 유로 이하 부분에 대해 세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설] 수출·환율 불안 커지는데 반도체법·K스틸법 처리 왜 늦추나](https://newsimg.sedaily.com/2025/11/12/2H0FAMLUMU_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