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송금 '전보(MT)'시대 종료…22일부터 '데이터(MX)' 시대 열린다

2025-11-11

오는 22일부터 전 은행권의 해외송금 전문(電文)체계가 대대적으로 개편된다. 단순히 금액과 은행 코드만을 전보 형태로 전달하는데서 벗어나 송금인의 각종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현대적인 컴퓨터언어(XML)로 전환된다. 송금 처리의 자동화는 물론 풍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은행권의 디지털 혁신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11일 한국은행을 비롯한 은행권에 따르면 오는 22일부터 국내 전 은행은 XML을 이용한 MX방식으로 전문 체계를 전환한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가 새로운 국제 표준인 ISO 20022를 도입하면서 오는 24일부터 기존 MT방식의 전문 전송을 전면 금지하기로 한데 따른 조치다.

외화 송금을 위한 기본 문법이 완전히 개편되는 셈이다. 전세계 200여국, 1만1000여개에 이르는 금융기관은 SWIFT망을 통해 국가 간 자금거래를 수행하고 있다. 건별(대량)송금, 인터넷기업전용송금, 자동해외송금, ATM 해외송금 신청 등 각종 외화 송금 업무에 새로운 규칙이 적용된다.

이번 전문 체계 개편이 개별 금융소비자에 당장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개별 은행이 안내하는 공지에 따라 고객확인 절차만 등록하면 된다. 개인의 경우 성명과 실명번호, 국적, 주소, 직업 및 거래 목적 등 신원확인에 필요한 정보를 사전에 등록하면 된다. 법인의 경우 상장정보나 대표자와 실소유자 정보 등을 등록하면 된다. 송금 목적 역시 코드별로 구분해 별도 입력이 필요해진다.

국가간 자금 이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자금세탁이나 이상거래 여부의 확인을 위해 사전에 XML에 정보를 채우는 절차인 셈이다. XML은 확장 가능한 마크업 언어의 약자다. 컴퓨터가 해당 전문에 담긴 데이터를 읽을 수 있도록 구현한 언어의 일종이다.

현행 MT방식의 전문은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이 이상거래를 적발했더라도 오탐 방지를 위해 은행 직원이 수기로 재검토하거나 송금은행과의 추가 확인 등의 절차를 거쳐야 했다. 예컨대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과 동명이인인 경우에도 정보 부족으로 인해 최종 확인이 필요했다. 전문 개편 이후에는 XML에 각종 정보가 담기는 만큼 시스템이 사전에 이를 분류할 수 있게 된다.

MX방식의 전문 체계 개편은 외화 송금 뿐만 아니라 향후 국내외 지급결제 시장에도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 2022년부터 원화 거액결제시스템인 '한은금융망'에 국제표준 ISO20022를 도입하는 작업에 한창이다. 내년 2분기 중으로 도입을 완료하는게 목표다.

한은금융망은 실시간총액결제방식(RTGS)으로 금융기관간 자금이체를 수행하는 결제 시스템이다. 향후 은행이나 기업들이 한은금융망을 통해 거액을 이체하면서 인보이스 번호와 같은 각종 비즈니스 메시지를 결제 전문(MX)에 함께 실어 보낼 수 있게 되는 구조다. 예컨대 이체기관과 수취기관이 자금반환 내용에 대해 합의한 경우 일부 금액을 반환하도록 한다는 내용 등을 담을 수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러한 전문 체계 개편이 사실상 지급결제 시장의 혁신을 빠르게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나 한은이 추진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두 XML과 같은 결제 업무와 데이터 전송을 한꺼번에 추진하는 방향이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이 스테이블코인의 비은행 도입에 강한 거부감을 가진 이유도 전문 체계 개편으로 금융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지급결제 혁신이라는 유사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라면서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여부와 관계 없이 지급결제 시장의 변화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고 전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