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11월 10일부터 13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린 방위산업 전시회 ‘디펜스&시큐리티 2025(D&S 2025)’는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단일 방산 전시회다. 올해도 15개국 200여 개 업체가 참가해 성황리에 개최됐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는 한국의 ADEX와 KADEX를 비롯해 여러 대형 방산 전시회가 있지만, D&S 2025는 태국의 정치적 특성을 반영하듯 미국과 스웨덴 같은 서방 국가는 물론 남아프리카공화국, 튀르키예, UAE, 중국까지 국제정치적으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방산 강대국들이 모두 참가한 ‘폭넓은 스펙트럼’이 특징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KAI(한국항공우주산업), LIG넥스원, 풍산, HD현대중공업 등 국내 대형 방위산업체들은 행사장 입구를 차지했다. 이들 부스에는 태국 시민은 물론 동남아시아 군 및 방산 관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필자 역시 현장에서 그 인기를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필자가 현장에서 마주한 것은 대형 방위산업체뿐만이 아니었다. 해외 고객들은 더 이상 대형 업체만 찾지 않았다. 오히려 중견기업에 큰 관심을 보이며 활발하게 수출 상담을 진행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예를 들어 모션컨트롤 전문기업 MNC솔루션은 태국의 대표 장갑차·군용차량 기업인 차이세리(Chaiseri Metal & Rubber)와 방산 기술 및 비즈니스 협력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차이세리는 이번 D&S 2025에서 장갑차 및 경전차 시제 모델 5종을 선보일 만큼 장갑차량 개발에 공을 들이는 업체다.
사상 처음으로 해외 방산 전시회에 참가한 SK오션플래닛도 주목받은 한국 방산 기업이었다. 태국은 현재 한화오션이 건조한 푸미폰 아둔야뎃(Bhumibol Adulyadej)급 호위함을 운용 중이다. 이 함선은 지난 5월 캄보디아와의 국경 분쟁 당시 해상 무력 시위를 벌이며 ‘실전’에 투입된 바 있다. 태국은 후속 사업으로 약 3조 원 규모의 추가 호위함 구매를 고려 중이다. 이 사업은 당초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경쟁 구도로 알려졌으나, SK오션플래닛도 출사표를 던졌다.
SK오션플래닛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충남급 호위함 2·3·4번함을 수주해 지난 6월 진수했으며, 2026년 문제없이 인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충남급 건조 능력을 인정받은 만큼 단순한 저가 수주가 아니라, 가격 대비 성능과 납기 준수 능력을 갖췄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대형 조선소들이 차세대 구축함(KDDX)이나 원자력 잠수함 등 수많은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반면, SK오션플래닛은 태국 수출형 호위함과 국내 충남급 건조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어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외에도 각종 커넥터를 제조하는 연합정밀 등 중견기업들이 D&S 2025에 부스를 마련했다. 부스를 개설하지는 않았지만 또 다른 방산 중견기업인 휴니드테크놀러지도 전시회 기간 중 태국을 방문해 태국군과 방산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고객들이 국내 방산 중견기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K-방산이 걸어온 ‘국산화’의 여정과 맞닿아 있다. 많은 국가들이 방위산업 발전에 관심을 갖지만, 신뢰할 수 있는 해외 파트너를 찾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 역시 K1 전차 조준경, FA-50 항법 장비, K9 자주포 엔진 등 해외 부품 공급사의 납기 지연, 일방적 단종, 기술 이전 부재, 가격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은 무기체계의 외형뿐 아니라 핵심 부품까지 국산화를 추진해왔다.
필자는 D&S 2025 현장에서 싱가포르 최대 방위산업체인 ST엔지니어링의 추아 진 키앗(Chua Jin Kiat) 국제 방위사업부 부사장을 인터뷰할 기회를 가졌는데, 그 역시 이 부분에 공감했다.
추아 부사장은 “ST엔지니어링은 자체적으로 군함, 장갑차, 자주포를 제작하지만 도시 국가의 한계상 모든 부품을 만들 수는 없다”며 “무기체계에 검증된 부품을 신뢰할 수 있는 계약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국가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중견 방산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또한 그는 “나사나 볼트가 아닌 현수 장비나 독립 부품을 제작하는 ‘티어 2(Tier 2)’ 기업은 체계종합(Tier 1) 업체와 달리 우리와 직접 경쟁하지 않으면서도 포트폴리오 확장을 원한다”며 “이들이 싱가포르와 ST엔지니어링에 최고의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현재 대한민국 방위산업 중견기업들은 우수한 K-방산의 성과에 가려진 ‘샌드위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방위사업청과 방위산업진흥회(방진회)는 소규모 중소기업에는 여러 지원을 하지만,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중견기업은 혜택에서 소외되기 일쑤다. 반면 대형 체계업체들은 중견기업에 원가 압박을 가하고, 특히 방산 원가가 적용되지 않는 수출형 무기체계 발주 시 제대로 된 이익률을 보장하지 않아 ‘진격의 K-방산’ 성과가 이들에게 전달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해외에서 쏟아지는 ‘러브콜’이 반가우면서도 정작 국내에서는 상생 협력이 부족한 현실이 아쉬움을 남긴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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