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 대표팀 황인범(29·페예노르트)과 백승호(28·버밍엄)가 부상으로 동시에 빠지면서 옌스 카스트로프(22·묀헨글라트바흐)에게 기회가 왔다. 그동안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에 묶여 있던 카스트로프가 볼리비아, 가나 평가전에서 수비와 공격을 모두 책임지는 중앙 미드필더로 뛸 가능성이 커졌다.
카스트로프는 최근 대표팀 소집 인터뷰에서 지난달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전 레드카드를 두고 “실수도 있었지만, 계획적으로 좀 더 강하게 들어가려다 불운하게 판정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것 때문에 내 스타일을 바꿀 생각은 없지만 대표팀에서는 레드카드를 받지 않으면서도 내 스타일을 유지하겠다”며 카드 관리에 자신감을 보였다.
황인범은 왼쪽 허벅지 부상, 백승호는 왼쪽 어깨 부상으로 이번 평가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동경(28·울산)까지 부상으로 빠지면서 미드필더진에 공백이 생겼다. 홍명보 감독은 카스트로프, 원두재(28·코르파칸클럽), 권혁규(24·낭트) 등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전망이다.
카스트로프가 선발로 나서면 김진규(28·전북)와 함께 중원을 책임지는 두 명의 미드필더 조합이 가장 유력하다. 활동량과 압박은 카스트로프가, 빌드업과 패스는 김진규가 맡는 구도다. 카스트로프는 “중앙 미드필더 포지션에서 가장 편하다”며 “8번 자리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카스트로프의 가장 큰 무기는 넓은 활동 범위와 강한 전진성이다. 90분 내내 계속 움직이며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 공을 잡았을 때 전방으로 빠르게 패스하거나 직접 공간을 파고드는 성향이 강하고, 직접 박스까지 침투하는 움직임도 뛰어나다.
홍명보 감독은 상대 전술에 따라 카스트로프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상대가 라인을 내리고 수비적으로 나올 때는 더 높은 위치에서 뛰게 해 2선까지 올라가 활동량을 극대화한다. 상대가 측면 집중 전술을 펼칠 때는 중앙을 넓게 쓰며 루즈볼을 먼저 따내고, 측면 수비수가 공격에 가담하며 비게 되는 뒷공간을 커버할 수 있다. 상대가 역습을 지향할 때는 카스트로프의 강한 압박과 태클을 활용해 전방 압박의 시작점으로 삼는다.
카스트로프는 소속팀에서도 중앙 미드필더로 주로 뛰지만, 상황에 따라 측면과 중앙을 오가는 역할이나 더 공격적인 위치까지 소화한다. 실제로 공격형 미드필더나 2선 측면 미드필더로 투입된 경험도 있다. 활동량과 공간 활용 능력, 전방 압박 능력이 뛰어나 현대 축구에서 요구되는 여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대표팀에서도 전술 변화에 따라 중앙은 물론 측면까지 커버할 수 있는 전술적 유연성을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스트로프는 “소집 때마다 자신감이 늘었고 몸 상태도 좋다”고 강조했다. 황인범의 예리한 패스와 영리한 움직임, 백승호의 경기 조율 능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카스트로프가 파이터 기질을 제대로 발휘하며 홍명보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