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도 직구로 산다”…‘스드메플레이션’에 MZ의 결혼식이 달라졌다
결혼 준비의 첫 관문인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비용이 치솟으면서 이제 웨딩드레스도 ‘직구’와 ‘중고거래’로 해결하는 시대가 열렸다.

‘스드메플레이션(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로 결혼 물가가 급등하자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성비 웨딩’ 바람이 거세다.
◆알리익스프레스·당근마켓서 드레스 ‘불티’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해외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올해 2·3분기 한국의 웨딩드레스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늘었다.
웨딩 베일, 브라이덜 숄, 플라워 부케 등 결혼식 액세서리류도 3분기 거래액이 직전 분기보다 40% 넘게 급증했다.
현재 알리익스프레스에는 3000여 종의 웨딩드레스가 등록돼 있으며, 최저가 제품은 4만원대부터 시작한다.
가장 많이 팔린 인기 제품군은 6만~8만원대다. “직구 후기”를 남긴 소비자 상당수가 “가격 대비 품질이 괜찮다”, “사진보다 낫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 중고 거래 시장도 뜨겁다.
당근마켓에서 ‘웨딩드레스’를 검색한 횟수는 2023년보다 2024년에 15.8%, 올해는 작년 대비 23.8% 더 늘었다.
드레스뿐 아니라 머리띠·왕관·면사포 등 결혼 소품 거래도 활발하다. 실제로 ‘1만원대 드레스’, ‘무료 대여 나눔’ 등 실용적 거래 게시물이 수백 건에 달한다.
◆MZ세대 예비부부 “비싼 드레스 대신 한 번 입고 되팔아요”
MZ세대 예비부부들 사이에서는 결혼 준비의 핵심 가치가 ‘가성비’로 완전히 이동했다.
고가 드레스를 빌리느니 온라인에서 저렴하게 구입해 촬영이나 본식에 한 번 입고, 이후 중고마켓에서 되팔아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이다.
한 소비트렌드 전문가는 “요즘 MZ세대는 ‘한정된 예산 안에서 최대의 만족’을 추구한다”며 “결혼식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처럼 일생일대의 ‘호화 이벤트’가 아닌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합리적 소비 경험’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스드메플레이션’은 단순한 물가 상승이 아닌 전통적인 결혼 산업의 관행에 의문을 던지는 현상”이라며 “소비자들이 고비용 패키지 구조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혼식, ‘사회적 의례’에서 ‘개인적 프로젝트’로
예전엔 드레스가 결혼의 상징이자 ‘가문의 체면’이었다면 지금은 자신만의 개성과 취향을 표현하는 도구로 변했다.
‘셀프웨딩’, ‘미니웨딩’, ‘스몰웨딩’ 등 규모보다 의미를 중시하는 결혼식이 늘어나면서 드레스 역시 ‘저가·직구·중고’가 자연스러운 선택이 되고 있다.
웨딩업계 한 관계자는 “드레스가 더 이상 사회적 과시의 도구가 아닌 개인적 선택의 상징으로 바뀌고 있다”며 “결혼식이 ‘보여주기 행사’가 아닌 ‘자기 표현의 무대’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현실이 결혼 문화를 실용적으로 재편하고 있다”며 “앞으로 예식 산업 구조 자체가 ‘효율’ 중심으로 완전히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부연했다.
◆이커머스 플랫폼이 만든 ‘결혼의 민주화’
알리익스프레스와 당근마켓 같은 온라인 플랫폼은 예식 산업의 높은 진입장벽을 낮추며 ‘결혼의 민주화’를 이끌고 있다.
과거에는 예식장·스튜디오·드레스샵 중심의 ‘패키지 시장’이 지배했지만, 이제는 개인이 직접 모든 요소를 설계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드레스 구매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다.

글로벌 이커머스가 전통 웨딩산업의 공급망을 흔드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분석이다.
중고 거래 활성화는 ‘순환소비’의 일환으로, 결혼식처럼 일회성 행사를 지속가능한 소비로 바꾸는 긍정적인 흐름이라는 게 중론이다.
‘스드메플레이션’ 현상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다. 웨딩드레스 가격 급등은 단순한 원자재 문제가 아닌 인건비·서비스료·임대료가 함께 오른 결과다.
그 속에서 소비자들은 새로운 균형점을 찾고 있는 셈이다.
◆‘나답게, 합리적으로’…새로운 웨딩의 시대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결혼 비용 상승은 웨딩드레스 하나의 문제가 아닌 전반적인 서비스 물가가 동시에 오른 구조적 현상”이라며 “소비자들이 대안을 찾는 건 시장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전했다.
그는 “예식 산업은 오랫동안 ‘가격 담합’과 ‘패키지 중심 구조’로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돼 있었다”며 “직구·중고 플랫폼의 확산은 산업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소비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방향이 달라졌다”며 “‘가성비’와 ‘참여’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에 맞춰 산업이 변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플랫폼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결혼이 더 이상 ‘인생 최대 이벤트’로서의 화려함보다는 ‘나답게 꾸미는 합리적 선택’으로 바뀌고 있다.
한 벌의 드레스로 끝나던 시대가 아닌 소비자가 직접 고르고 되팔며 경험을 공유하는 시대다. SNS엔 ‘직구 웨딩드레스 후기’와 ‘셀프웨딩 브이로그’가 넘쳐난다.
‘스드메플레이션’은 단지 결혼 물가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결혼을 둘러싼 세대의 가치관 변화, 산업의 재편, 소비문화의 진화를 동시에 드러내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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