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 〈246〉주관적 금융이해력과 금융교육

2025-11-12

우리 사회의 금융이해력 수준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이 2025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약 60%가 자신의 금융이해력을 보통 이하로 평가했으며, 특히 여성과 30대 연령층에서 자신의 금융지식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는 단순한 금융지식의 부족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금융지식에 대한 인식과 자신감, 즉 주관적 금융이해력(subjective financial literacy)의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 국내외 연구들은 금융이해력의 새로운 축으로 이 주관적 금융이해력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에서는 객관적 금융지식보다 주관적 금융이해력이 개인의 금융행동과 금융교육 참여의지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금융지식이 높더라도 자신감을 낮게 평가하는 사람은 금융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거나 교육 참여 의지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사례에서도 유사한 점이 드러난다. 일본 고베대학에서 30~50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다수의 응답자가 “나는 금융을 잘 모른다”고 답했으며, 특히 여성 응답자의 주관적 자신감이 낮게 나타났다.

캐나다 중앙은행의 연구에서도 객관적 금융지식이 높더라도 주관적 자신감이 낮은 경우 금융위험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러한 결과는 금융이해력이 단순히 얼마나 아는가보다 얼마나 안다고 느끼는가가 실제 금융행동을 좌우하는 심리적 요인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금융교육의 방향에도 중요한 함의를 준다. 지금까지의 금융교육은 대체로 지식을 얼마나 전달했는가에 초점을 맞춰 왔다. 그러나 금융교육의 진정한 목적은 학습자가 금융정보를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합리적인 금융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에 있다. 즉, 지식 전달형 교육에서 벗어나 금융자신감(financial confidence)을 형성하는 과정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여러 국내외 연구에서도 주관적 금융이해력이 높은 집단일수록 저축률과 장기투자 참여율이 높고 재무계획을 세울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OECD의 2023년 국제조사에서도 금융이해력 목표 점수인 70점 이상을 달성한 소비자는 그렇지 않은 소비자보다 금융웰빙 점수가 평균 10점, 금융회복력 점수가 13점 더 높게 나타났다. 금융이해력의 향상이 곧 개인의 재무안정과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앞으로의 금융교육은 다음 세 가지 방향을 고려해 봐야 한다.

첫째, 교육과정에 자기평가를 포함시켜 학습자가 자신의 금융지식 수준을 인식하고 교육 전후의 변화를 스스로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순 강의보다 퀴즈, 시뮬레이션, 사례 분석 등 체험형 활동을 통해 자신감을 형성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둘째, 여성과 청년층 등 자신감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하는 집단에는 맞춤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청년층에는 실제 재무관리 시뮬레이션 중심으로, 여성층에는 생활밀착형 금융사례 중심으로 교육을 설계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셋째, 금융교육의 성과측정 지표를 단순한 지식 향상 점수에서 주관적 이해력 변화와 행동 변화로 확장해야 한다. 금융교육은 시험 점수가 아닌 교육 이후 학습자가 “나는 금융을 이해하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느끼는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주관적 금융이해력은 개인의 금융복지 수준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다. 금융을 얼마나 아는가보다 금융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가가 합리적 선택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결국 금융교육의 목표는 금융소비자를 전문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금융지식과 한계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그 안에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다.

금융이해력이 높은 사회는 단순히 금융사고가 줄어드는 사회가 아니다. 그것은 금융을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의 판단에 기반해 합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시민이 많은 사회다. 이제 금융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을 넘어 자신감의 교육, 판단의 교육 그리고 행동의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개인의 금융안정과 금융문화 성숙을 이끄는 길이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cms@sdu.ac.kr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