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L(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e스포츠 중 가장 많은 시청자를 불러 모으는 축제다. 줄여서 ‘롤드컵’이라 불리는 이 국제대회의 2025년 결승은 국내 프로게임단이 서로 맞붙었다. 바로 SK T1과 KT 롤스터. 국내 통신업계에서 경쟁하는 두 회사를 대표한 대리전으로 불렸다.
중국 청두에서 결승전이 열린 이유는 LoL이 중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흥행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하지만 잔치의 주인공은 한국 선수들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팀에게 가장 많은 패배를 안긴 페이커에 대한 찬사와 환호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1996년에 태어난 이상혁. 2013년에 데뷔한 그는 동년배 선수들이 대부분 은퇴한 상황에서도 세계의 정점에 서 있다. LoL이란 게임을 넘어 e스포츠를 모두 통틀어도 가장 높은 실력과 가장 긴 인기를 뽐내고 있다. 더구나 남다른 인성까지 겸비했다. 미국회사 라이엇을 인수해 LoL의 종주국이 된 중국에서도 하늘 밖의 하늘처럼 인정을 받아왔다.



올해 결승 결과는 3:2 역전승. KT 롤스터에겐 뼈아픈 결과였지만 롤드컵을 꾸준히 지켜본 이들은 페이커의 신화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격한 순간이었다. 페이커는 신인이었던 2013년에도 팀을 월드 챔피언십 우승으로 이끈 혜성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2017년에 삼성 갤럭시(현 젠지)에 패해 3연패를 놓친 후 혹독한 침체기를 겪기도 했다.
페이커는 그 뒤로도 T1을 이끌었지만 과거 명성만 못하다는 평가도 뒤를 따랐다. 하지만 2023년 롤드컵을 거머쥔 후 2024년과 올해까지 연이어 우승해 3연패를 완성한 것이다. 올해 세계대회 모두를 휩쓴 것은 아니지만 가장 권위 있는 롤드컵에서 우승해 정점을 찍은 것이다.
게임에 관심이 있거나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면 이런 성취를 폄하할 수 있다. 하지만 페이커가 과거 국내 e스포츠의 문을 열었던 스타크래프트 임요환 이상의 업적을 세웠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난 10월 30일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브랜드인 지포스의 한국 진출 25주년 기념행사 무대에 오른 젠슨 황과 최태원, 이재용 등 국내 반도체 회사 CEO가 페이커를 연호한 이유를 떠올려봐야 할 것이다. 그 순간 AI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이 돼 버린 셈이다.



과거와 달리 게임을 죄악처럼 치부하는 경우는 많이 사라졌다. 또 e스포츠의 하나로 아시안 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과정을 폄하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편견을 품고 ‘몸을 안 쓰는 게임이 스포츠가 맞나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페이커는 의연하게 답했던 내용은 지속적으로 회자된다. 바로 2022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따 병역면제 혜택을 받은 순간에 나온 질문과 답이었다.
“몸을 움직여서 활동하는 게 기존의 스포츠 관념인데, 그보다 중요한 건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이 많은 분께 좋은 영향을 끼치고 또 경쟁하는 모습이 영감을 일으킨다면 그게 스포츠로서 가장 중요한 의미라 생각합니다.”

이번 결승전 인터뷰 중엔 프로에 도전하는 여성에 대해 의견을 묻자 페이커는 주저하지 않고 ‘게임의 장점이 남녀 신체적인 조건의 차이가 없는 것’이라고 말하며 여성들의 더 많은 활약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달리 ‘신’이라고 부르는 게 아닌 현답이다. 페이커는 T1과 재계약을 통해 만 33세까지 경기에 나선다. 메시나 조던 이상의 신화는 계속될 것이다.
배문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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