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日 천만영화라도, 다 좋을 순 없습니다

2025-11-13

■편파적인 한줄평 : 그래서 174분이 버거울 수도 있습니다.

일본 천만영화에 등극하며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모두에게 다 좋을 순 없다. ‘가부키’ 문화에 호기심 있지 않은 관객이라면 러닝타임 174분이 조금 더 버거울 수도 있다. 혹은 인간 관계를 카메라가 조금 더 깊숙하게 들여다봤다면 ‘문화 차이’ 정도는 뛰어넘을 수 있었을까. 여러모로 다소 아쉬운, 영화 ‘국보’(감독 이상일)다.

‘국보’는 국보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서로를 뛰어넘어야만 했던 두 남자 키쿠오(요시자와 료)와 슌스케(요코하마 류세이)의 일생일대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원작자 요시다 슈이치가 3년간 가부키 분장실을 직접 드나들며 체험한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재일한국인 이상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일본 내에서 개봉 102일 만에 누적 관객 수 1천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수익 164억 엔(한화 약 1,544억 원)을 기록했다.

천만영화란 대기록을 쓰기 어려운 일본 내에서 이뤄낸 성과라, ‘국보’는 개봉 전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기대 속 베일을 벗은 작품은 ‘예술과 예술인을 논하는 예술 영화’지만, 국내 관객의 눈과 귀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대중성을 획득하고 있는가에선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강점과 약점은 분명하다. 우선 눈 앞을 화려하게 채우는 가부키 무대는 심미적으로 풍성한 맛을 선사한다. 가부키 무대에 대한 설명이 더해져 기본 지식이 없는 이들도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다. 물론 3시간 여 계속 이어지는 다양한 가부키 무대에 흥미가 생기는 관객은 신나게 즐길 수 있겠지만, 한 두번 볼거리에 만족한 채 더 깊은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들에겐 다소 반복적으로 비칠 수도 있겠다.

타고난 천재와 예술 금수저 집안의 후계자 사이 라이벌 구도도 이해하기 쉬운 설정이라 국경과 정서가 달라도 상황을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다. 여기에 요시자와 료, 요코하마 류세이, 타카하타 미츠키, 와타나베 켄 등 배우들이 혼신을 쏟아 만든 앙상블도 영화에 힘을 싣는다.

‘인간 국보’로 지정된 이의 일생 중 중요포인트를 짚어내는 구조는 어떤 관객에겐 약점처럼 비칠 수 있다. 시간 순서대로 진행돼 두 주인공의 관계와 위치가 쉽게 파악되긴 하지만, 그 둘 사이 갈등과 딜레마의 깊이는 생각보다 얕다. 어찌보면 단편적인 사건의 나열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시대상에 따라 변하는 두 남자의 깊고 깊은 감정선을 기대하고 온 이라면 깊은 맛이 없어 다소 아쉬울 터다. 이때문에 3시간 넘는 러닝타임이 더 길게 체감되는 이도 있겠다. 오는 1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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