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최재해 감사원장의 퇴임식에 뒷말이 무성하다. 기념사진을 찍으러 감사원 지휘부가 이동할 때 유병호 감사위원(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휴대전화로 유행가 ‘세상은 요지경’을 틀었다. 그러곤 “영혼 없는 것들”이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는 노래 가사처럼, 요지경 감사원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날이다.
최 원장은 퇴임사에서 “감사원장으로서 맨 앞에서 외풍을 맞으면서도 감사원의 독립성과 원칙을 지키기 위해 심사숙고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했다. 유체이탈의 극치다. 국회에서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기관”이라며 독립성을 부인한 인물이 그 아니었던가. 윤석열 임기 내내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이나 이태원 참사는 깔아뭉개기 감사를 했고,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이나 탈원전같이 문재인 정부 정책은 먼지털이식 감사를 벌였다. ‘정권의 사냥개’라는 비아냥이 이어지며 감사원 위상을 추락시킨 장본인이다.
퇴임식장에서 ‘세상은 요지경’ 노래를 튼 유 위원은 또 누구인가. 2023년 국회 법사위에서 ‘심플하게 답변하십시오’라는 메모를 하급자에게 전하듯 최 원장에게 건네고,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아침에 톡을 주고받아온 사무총장이었다. 국회의원에게도 거친 언사로 맞서며 안하무인 행세한 ‘감사원 실세’였다. 대통령 관저 불법 증축 업체인 ‘21그램’을 직접 조사하려던 감사관들을 질책하고 서면조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최 원장 휘하에서 숱한 ‘정치 감사의 행동대장’으로 지목받고, 감사원을 쥐락펴락한 독불장군이었다.
이런 유 위원이 “영혼 없는 것들”이라고 소리를 질렀다는 것 아닌가. 최 원장이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윤석열 정부 때 감사 과정을 점검하는 태스크포스(TF)를 승인한 게 불만일 테고, 못마땅한 이가 더 있어 복수(것들)로 지칭했을 것이다. 공무원에게 영혼이 없다는 건 정책·공무를 수행할 때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숙명적 본분을 자조적으로 일컫는 것일 뿐이다. 권력의 시녀처럼 산 이가 ‘영혼이 있네 없네’ 입에 담는 것부터 소가 웃을 얘기다. 이런 인물이 한때나마 헌법기관을 주물렀고, 여전히 차관급 감사위원으로 있다. 요지경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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