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자는 가능한 한 말을 안 하려고 했다. 제자 자공이 여쭈었다. “선생님께서 말씀을 안 하시면 저희들이 기술하여 전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러자 공자는 “하늘이 무슨 말을 하시더냐? 말하지 않아도 네 계절이 때맞춰 돌아가고, 온갖 생물이 태어나고 자라지 않느냐?”라고 말하였다. 참으로 큰 가르침이다. 한자문화권에는 예로부터 ‘무(無)의 유(有)’ 즉 ‘하지 않음의 함’을 이상적 경지로 여겼다. 하늘의 섭리인 자연이 아무런 말이 없으면서도 빈틈없이 잘 돌아가듯이, 인류도 그런 자연을 본받아 ‘천인합일(天人合一·하늘과 사람이 한 몸)’하자는 생각을 ‘말 없음’의 ‘無’로 표현한 것이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으니(요한복음 1장 1절)”, 인류가 겸손하게 ‘있는 말씀’을 들으려 했다면 자연과 더불어 보다 더 평화롭게 살 수 있었을 텐데, 겸손하지 못한 인류가 듣기를 소홀히 하고 제 말을 앞세우는 바람에 지금 세상은 이욕(利慾)이 분분한 힘든 상황에 처해있다. 어느 날 만약, 임계점에 이른 기후의 역습과 네트워크의 단절이 현실화한다면 ‘한방에 훅’갈 수 있는 위태로운 이 세상을 발전이라며 예찬의 말을 하는 한, 세상은 더욱 위험해질 것이다. 자연 앞에 겸손해야 하리라. 하늘이 무슨 말을 하던가!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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