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기구 앉아 동영상 삼매경…당신도 혹시 ‘헬스장 빌런’?

2025-11-01

여럿이 쓰는 공간에는 최소한의 에티켓이 있다. 헬스장 같은 실내 운동 시설에도 이용자 간에 암묵적인 룰이 있다. 그 룰이 스포츠 규정처럼 어려운 건 아니다. 그저 ‘운동한 곳을 원 상태로 돌려놓는다’ 정도의 상식 수준이다.

그런데 현실에선 ‘상식’이 안 통하는 소위 ‘진상’도 분명히 있다. 이런 진상들은 혼자 분위기를 흐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멀쩡히 운동하는 다른 사람들, 특히 아직 헬스장 에티켓을 잘 모르는 이들을 민폐족으로 전염시키기도 한다. 한 사람이 기구를 늘어놓고 나 몰라라 가 버리면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 행동을 따라 하기 십상이다. 최근 헬스장에서 유독 자주 손가락질당하는 행동들을 알아보자.

1. 남의 운동 빤히 쳐다보거나 참견하거나: 헬스장에서는 소위 ‘호크아이’라 욕먹는 행동이 있다. 바로 남이 운동하는 모습을 빤히 지켜보는 것인데, 당사자는 당연히 신경이 쓰이고 운동에 집중이 안 된다. 너무 노골적인 주시는 자칫 성희롱으로까지 비칠 수도 있다. 또 남의 운동에 구구절절 참견하는 이들도 있는데, 대부분의 헬스장 이용자들은 혼자 조용히 운동하는 걸 선호한다. 먼저 묻거나, 당장 바벨에 깔리는 등 사고가 난 게 아니라면 다른 사람은 쳐다보지도 말자.

2. 원판 정리 안 하고 떠나기: 기구 운동을 마치고 떠날 때는 원판 없이 빈 상태로 두어야 한다. 대개 사람들은 빈 봉, 빈 상태에서 워밍업부터 하고 나중에 원판을 꽂아 무게를 높이기 때문이다. 앞 사람이 원판을 꽂아둔 채 떠나버리면 뒷사람은 그걸 다 치우고 시작해야 한다. 게다가 초보자나 근력이 약한 여성은 20㎏, 25㎏의 무거운 원판은 아예 못 빼거나, 끙끙대며 빼다 사고가 나기도 한다. 제발 원판은 빼고 가자.

3. 한 번에 여러 기구 독차지하기: 대부분의 헬스장에는 동작마다 기구가 한두 개씩만 마련되어 있고, 한 번에 한 기구만 쓰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도 여러 기구에 자기 물건 하나씩을 올려놓아 다른 사람이 못 쓰게 하는 진상들이 있다. 원판 정리는 몰라서 그럴 수 있다지만 이 정도면 몰상식이다. 경력이 많은 분은 안면몰수하고 물건 따위 무시하며 운동하기도 하지만 자신이 없다면 헬스장에 항의하도록 하자.

4. 땀으로 더럽히고 떠나기: 특히 한여름에는 앉은 자리나 기구가 땀으로 더러워지는 때가 많다. 그런 경우라면 뒷사람을 위해 최소한 내 땀자국 정도는 닦고 떠나는 게 예의다. 요즘은 매트나 기구를 닦는 스프레이와 수건을 따로 마련해두는 헬스장도 많다.

5. 동영상에 빠져 ‘세월아네월아’: 요즘 부쩍 많아진 케이스다. 기구에 앉아 운동은 안 하고 ‘세월아네월아’ 휴대폰 동영상만 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당장 그 기구를 써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이다. 팟캐스트처럼 소리만 있는 콘텐츠를 소비할 게 아니라면 차라리 휴대폰을 따로 두는 것을 권한다.

6. 휴대폰을 왜 바닥에 두나?: 이 부류도 요즘 들어 부쩍 많아졌다. 휴대폰을 사람들이 다니는 통로 바닥이나 기구 밑에 대충 던져놓고 자기 운동을 하는 이들인데, 지나다니는 사람이 자칫 밟기 십상이다. 휴대폰이 부서지면 주인도 골치 아파지겠지만 지나다 밟은 사람 입장에서는 어처구니없고 억울한 노릇이다. 다른 곳도 아니고 헬스장에서 남의 스마트폰까지 신경 쓰며 다녀야 한다는 것은 어이없지 않은가.

7. 샤워실 에티켓 실종: 샤워실·탈의실은 헬스장 업주들에게는 관리하기에 가장 골치 아픈 시설로 꼽힌다. 은밀한 곳이어서 직접적인 단속이 어려워 어처구니없는 일이 많이 생긴다. 수건을 한두 장 가져가는 것은 애교다. 필자가 다닌 헬스장에는 ‘대소변 금지’라는, 두 눈을 의심하게 하는 경고 문구가 붙어 있기도 했다. 샤워장에서 집의 빨래를 가져와 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탈의실에서 셀카를 찍는 경우도 많은데, 주변 사람의 벗은 모습이 의도치 않게 찍힐 수 있다. 자칫 오해와 다툼이 생길 수 있으니 웬만하면 몸 셀카는 집에서 찍도록 하자.

<수피 운동 칼럼니스트 <헬스의 정석> 시리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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