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중 고비 넘었으니 기업이 뛰자

2025-11-02

잔치는 잘 끝났다.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숱한 화제를 남기고 마무리됐다. 우리나라는 개최·의장국으로서 더 잘할 수 없을만치 안정감있는 주인 모습을 확인시켰다.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한 짙은 불확실성이 상당폭 걷힌 것이 가장 큰 성과다. 특히 미국과는 관세협정 타결이라는 큰 산을 넘었다. 아직 후속 실행단계에 일어날 수 있는 위험요인, 부담거리는 있을 수 있으나 이제 찬찬히 이행하면 될 일이다.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서도 자칫 냉랭해질 수 있는 관계를 잘 풀었다. 양국의 평가 처럼 당장 모든게 풀리진 않았지만 두터운 신뢰 관계를 재확인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더 나빠지는 걸 걱정할 게 아니라, 어떻게 양국이 조금더 나은 것을 취할지 고민하고, 실행하는 시간에 들어선 것이다.

예부터 큰 일을 치르고 나면 허전함이 생기기 마련이다. 때론 갈피를 못잡고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런 여유가 없다. 다시 혼신을 다해 뛸 일이다.

다행히,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은 견고한 모습을 확인시켰다. 대내외 최악의 조건에서 이뤄낸 값진 성적이다. 10월 수출액은 595억7000만달러로 역대 10월 기록으론 최고치다. 작년 같은 달에 비해서도 3.6%늘었다. 긴 추석연휴로 인해 조업일수가 극단적으로 줄어든 상황을 타개한 것이다.

반도체·조선업종이 전체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이번 APEC기간에 확인됐듯 우리 반도체·모빌리티·조선 등 업종은 전세계가 러브콜을 쏟아내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이렇게 경쟁력 최고 위치에 있으면 어떤 악조건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언뜻 기업들이 이번 APEC 성과로 정부에 큰 빚을 진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우리 기업들의 시장 선점과 기술력 확보, 투자 등의 노력이 없었다면 우리 정부 또한 지금과 같은 협상력, 외교 지위에 올라설 수 없었음이 분명하다.

누가 잘했고, 못했고가 잔치 뒤 꼭 나오는 얘기다. 이번 APEC은 정부·기업·국민이 그야말로 혼연일체가 돼 '한국이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 잘될 수 있는지'를 유감없이 보여준 무대가 됐다.

기업들이 이제 연말을 앞두고 다시금 전열을 정비한다. 내년 더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 투자와 라인업 등도 다시 짤 것이다. 조금씩 걷혀가는 불확실성이 기업들이 전력을 다해 뛸 새 공간을 열어줄 거라 믿는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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